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팀원들과 시간에 예민한 팀장
이직 후 그 회사 디자인팀의 팀장이 되었다. 팀원들은 디자인 경력은 꽤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팀장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각자의 일을 맡아서 진행했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팀장에게 무언가 배울 생각에 기대가 차있는 모습이었다. 나도 팀장으로서 아직 많이 부족했고, 배워야 할게 많았지만 그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디자인팀을 꾸려 나갔다.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다른 스타트업이 하는 문화를 따와 자율출근제를 시도했을 때였다. 8시랑 9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제도다. 나는 숨 막히는 러시아워 시간보다는 8시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8시에 출근했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은 그대로 9시에 출근했다. 그렇지만 정각 9시에 온 적은 거의 드물었다. 10분은 기본적으로 늦었고, 1주일에 한 번은 20분... 40분... 그렇게 둘 중 한 명은 번갈아 가면서 늦었다. 사실문제는 그들도 게으르긴 했지만 모든 걸 자유롭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 용인했던 대표였다. 일처리를 딱딱하지 못함에 답답해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으나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점점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부서마다 통일시키기로 했다. 우리는 대표님 소속이어서 얄짤없이 8시 모두가 8 to 5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2주 동안 적응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계속 지각이었다. 내가 부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근데 원래 지각을 했던 성향의 사람들인데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다. 그래서 마케팅 소속이었던 실장님이 대안을 가져온 게 마케팅 회의를 매일 오전 8시에 짧게 회의를 갖는 것이었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안 늦겠지란 생각이었다. 월요일 오전 8시. 모두가 참석했다. 실장님의 대안이 성공했다. 이제 습관이 들겠지 싶었다. 그리고 그날, 한 팀원이 업무시간에 계속 졸았다... 그래 적응이 안 돼서 피곤할 수 있어...
계속 그렇게 반복했는데 초반에 한두 번 5분씩 늦기 시작했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점점 잦아졌다. 그리고 우리 팀원이 업무시간에 조는 것도 몇 번이나 들켰다. 아침마다 실장이 눈치를 줬다. 또 쟤네야? 하나도 아니고 둘... 그리고 다 우리 팀... 결국 실장님이 나를 불러냈다. 한번 불러서 얘기를 해 봐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따로따로 면담을 했다.
"A님 혹시 집에 무슨 일이 있어요? 아니면 밤에 다른 일을 하는 거예요?" 굳이 사생활을 물어보고 싶지 않았지만, 집이 먼 것도 아닌데 도저히 업무에 방해가 되어 안 물어볼 수 없었다. 이유를 알아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자 A는 저혈압이 있어서 일어나는 게 어렵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 나도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직장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해결책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고양이가 새벽마다 안 놀아 준다고 울어서 고양이 놀아주다가 잠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 나는 고양이를 안 키우지만 백번 양보해서 고양이를 아기라고 생각하자. 나는 머릿속으로 굉장히 복잡했다. 고양이가 새벽에 그렇게 울어 대면 그전에 계속 놀아줘서 에너지를 소진시켜서 잠에 들게 하던지 잠이 부족하면 아침에 부단한 노력을 하던지... 해결하려는 노력이 안 보이는 것에 속에 불이 났다. 내가 정말 화가 났던 건 노력을 한다고 했는데 그는 오전에는 정말 피곤해서 졸고, 점심시간만 되면 살아났고, 오후에는 식곤증에 다시 졸았다.
그래서 꾹 참고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에 돌아오는 답변은 "잘 모르겠어요."였다.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감정으로는 노력하는 거처럼 보이지만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차마 '점심시간만 되면 살아나잖아요.'라고는 이야기 못했지만, 업무 성과도, 태도도 너무 안 좋아 다른 사람에게 지장을 주니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렇게 A님의 면담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B님의 면담 차례... B님은 A님보다는 다행히도 개선의 여지가 보였었다. 딱히 이유가 없었기도 했다. 그저 예상치 못한 교통 체증... 다음부터는 10분 정도만 일찍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 수다를 이어가는 중 B님이 늦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다. 네이버 지도에 찍힌 시간이 40분이면 집에서 딱 40분 전에 출발한다고 하는 나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지도에 찍힌 시간이 40분이면 진짜 최소 +20분이나 +30분에 나온다. 경기도민이라서 교통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몸에 익은 것도 있지만 파워 J이기 때문에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작은 안도감과 미리 도착해서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정도는 아니어도. +10분 정도는 모두가 하는 시간 계산일 줄 알았다. 역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단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더 부탁했다. 제발 지도에서 10분 추가해 달라고... 그리고 B님은 그다음 날에도 늦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몸이 약한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주기 위해 비타민도 사주고, 하나라도 더 업무 노하우를 전달하려고 했고, 칼퇴를 할 수 있게 애를 썼는데,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내가 꼰대인가? 나도 가끔 늦잠을 자거나 버스가 늦게 와서 늦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사람이니까 가끔은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상황이 잦아지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매번 늦는 사람들은 이 상황이 자신도 그러기 때문에 팀원이 매번 시간약속을 안 지키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까? 다른 것도 아닌 이런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아 스트레스받는 게 내가 예민해서일까?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