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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Sep 14. 2024

마이 웨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호두의 발레 첫 수업 날! 발레복부터 토슈즈까지 완벽 세팅을 해서 교실에 들어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맨 앞줄에 착석 성공. 이제 호두는 수업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살짝 졸린 상태라는 것만 빼면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체조라든지 운동 수업에 잘 참여하는 걸로 보아서 발레도 좋아해 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수업이 시작하자 호두는 제법 잘 따라 하나 싶었다. 그래도 처음 하는 발레 동작이어서 낯선 자세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엄마들도 따라 하면서 아이를 도와주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동작을 취하며 호두 자세를 하나하나 잡아 주었다. 그러다 점점... 호두는 집중력을 잃은 듯했다. 오 마이 갓.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야 하는 동작인데 호두는 혼자서 엎드려뻗쳐를 했다. (집에서 엎드려뻗쳐로 기합을 주지 않으니 오해 마시길!) 겨우 엉덩이를 눌러서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그다음은 서서 선생님을 따라 제자리에서 점프를 해야 했다. 그런데 호두는 갑자기 선생님 옆에 나가더니 무대에 난입을 해버렸다. 혼자 자기 모습에 도취해 거울을 보고 생글거렸다. 그때 선생님의 당황하신 표정이란.... 잊히지가 않는다. 내 얼굴도 시뻘게졌을 것이다.


겨우 호두를 자리로 돌아오게 한 다음 수업을 이어서 따라가게 했다. 선생님이 한 마디 하시면 나는 열 마디를 중얼거리며 지시를 했다. 엄마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두는 그냥 자리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나는 망했음을 직감했다. 호두는 시종일관 '마이 웨이'였다. 어린이집 수업이 비교적 자유분방해서 그런지, 이 발레 수업도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나 보다.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 갔다. 그리고 제발 빨리 수업이 끝나길 빌고 빌었다.


'수업 도대체 언제 끝나지? 얼마나 남았지?'


하필 옆 아이는 발레 영재인지 너무 완벽히 모든 동작을 해내고 있었다. 나는 좌불안석으로 양옆의 눈치를 보며 호두를 제지하던 중, 앉아서 스트레칭하는 순서가 되었다. 모두들 앉아서 선생님을 따라 하는데 호두는 일어서더니 빙글빙글 회전을 했다. 샤랄라 공주 같은 치마가 너무 좋았는지 레이스를 나부끼며 멈출 줄을 몰랐다. 이렇게 마이 웨이 횡보에 정점을 찍었다.



결국 첫 발레 수업은 엉망진창으로  끝났고 나는 만신창이가 됐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호두는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남편에게 통보 아닌 통보를 했다.


"다음 주부터는 당신이 데리고 들어가 줘. (나는 도저히 못해먹겠어;;;)"


부디 아빠와 들어가서 잘 따라 해 주길 바란다. 그런데 예스맨 아빠와 가면 더 자유분방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미리 훈련을 좀 시켜야겠다. 발 끝으로 걷기, 포인 등 쉬운 동작을 숙시키면 수업을 좀 더 쉽게 따라갈 수 있지 않을 해서다. 작이 익숙해지면 집중을 더 잘할 수 있겠지?


발달과정 상 36개월은 되어야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을지... 내가 보기엔 아이가 약간 산만해 보여서 걱정이다. 오늘만은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 속 '금쪽이'가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걱정이 태산 같지만, 오늘은 호두가 너무 졸려서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라고 내 자신을 위로해 본다. 단체 생활을 할 때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틈틈이, 계속, 지속적으로 알려줘야겠다. 프리스타일 발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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