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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Sep 18. 2024

처음이라 더 소중한

무료했던 어느 날. 갑자기 호두와 영화관에 가보고 싶어졌다. 마침 <사랑의 하츄핑>이라는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이 개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두는 이미 TV로 티니핑을 접해서 메인 캐릭터인 '하츄핑'을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무리 없이 영화도 관람이 가능할 것 같았다.




막상 영화관에 가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31개월짜리에게 첫 영화관이 무리는 아닐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조사는 물론, 맘카페를 뒤지며 실제 관람 후기를 엄청 찾아봤다. 무엇보다도 또래 아이들이 어떻게 보고 나왔는지 한참을 조사했더랬다.


체크 포인트

- 러닝 타임: 86분. 다소 짧은 편이지만 호두의 집중력에 무리일 수 있음.
- 예매 방법: 48개월 미만은 무료. 단, 보호자 무릎에 앉혀야 하나 청소년권을 끊으면 좌석 이용 가능 (정책은 영화관마다 상이)
- 내용: 전반적으로 무난하지만, 한 장면에서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포인트가 있음. 대부분 무서워서 울음이 터졌다는 평.



그래 결심했어!



어디 한번 가 보자!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와 호두의 티켓을 예매했다.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애가 겁을 먹고 영화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너무 놀라지 않게 애착 이불을 챙겨갔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잠시 쉬어갈 수 있게 간식도 준비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영화관에 입장을 했다.


호두는 평소에 좋아하던 하츄핑과 로미 공주가 나와서 그런지 영화에 집중을 잘했다. 그 무섭다던 장면에서도 눈 한 번을 깜박이지 않고 몰입해서 봤다. 가끔 사운드가 너무 커서 애가 크게 놀랄까 봐 걱정이 됐지만, 생각보다 끝까지 영화를 잘 보고 나왔다. 다행히 그렇게 첫 영화관 나들이는 끝이 났다. 보는 내내 내가 더 긴장을 했던 그런 시간이었다. 재밌는 추억으로 남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너무 일찍 영화를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영화도 미디어인데, 굳이 이렇게 빨리 경험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보다도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많은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평소 호두가 즐겨 읽던  백희나 작가님의 <장수탕 선녀님>이라는 그림책이 뮤지컬화 되어서 공연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후기를 찾아보니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평이 자자해서 바로 예매를 시도했다. 그런데 예매 사이트가 두 곳이 있었고, 그 차이는 이랬다.


- I사: 좌석 지정이 가능하지만 티켓 가격이 상당히 비쌈

- K사: 저렴하지만 좌석이 랜덤


3인 기준으로, 좌석을 지정하면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었다. 1시간 남짓하는 어린이용 뮤지컬에 많은 비용을 쓰기 싫었는데... 그렇지만 키가 작은 호두가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좌석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더 돈을 지불하고 맨 앞 좌석을 예매했다.

 

막상 뮤지컬을 보니 생동감이 넘치고 책과는 다른 매력이 가득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신이 나서 귀에 쏙쏙 박혔다. 앞 좌석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관람을 한 호두도 너무 즐거워했다. '좌석을 지정해서 예약하길 잘했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호두가 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인 그림책을 거의 300번 이상 읽었기 때문이다. 보통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들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즐겨 읽는 편인데, 호두는 돌 이후부터 계속 읽어왔던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평소에 상상했던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아이 입장에서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 되었을지. 엄마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책과 동시에 뮤지컬 넘버들을 찾아서 자주 들려줄 생각이다. 그래서 호두가 노래를 많이 익히면 재관람을 하러 와야겠다. 그때쯤이면 아이가 뮤지컬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도 아이지만, 오랜만에 우리 세 식구가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니, 처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이렇게 가족끼리 같이 즐길 거리가 있어서 너무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길. 적어도 호두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까지는 가능하겠지? 사춘기가 되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좋아할 테니 말이다. 그전까지는 가족끼리의 시간을 많이 만들고 추억을 저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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