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상춘객의 미리 봄날

그리고 예술이었던 그곳

by 헤일리 데일리

지난 연말, 아이를 전시회에 데리고 가려고 얼리 버드 티켓을 샀었다. 장소는 예술의 전당. 무작정이라도 '일단 사놓으면 어떻게든 가게 되겠지'라는 마음에 덜컥 표부터 샀다. 그런데 집에서 전시장이 가깝지도 않을뿐더러, 운전을 못하는 엄마는 역시나... 종료 기간을 코 앞에 두고 표를 날려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사실 한 달 전쯤, 가보려는 시도는 있었다. 남편 쉬는 날에 맞춰서 예술에 전당으로 출발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휴관일이어서 보지도 못하고 점심만 먹고 왔더랬다. 참으로 무계획한 엄마의 민폐가 아닐 수 없었다.


어찌어찌 같이 갈 사람을 구해서 차를 얻어 타기로 했다. 그리고 평일 오전, 휴관일이 아닌 날, 드디어 전시회를 보러 출발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우리가 탄 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뒤에 차들이 밀려들더니 주차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점심시간에 못 미친 시간이었는데, 다른 분들도 그때쯤 볼일을 보러 오시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겨우 주차를 하고 전시장 입구로 올라가는데 아이들로 인산인해였다. 봄 방학에다가 졸업식까지 끝난 시즌이어서 온 동네 아이들이 모였던 것이다. 아마 나처럼 미리 표를 사두고 뒤늦게서야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도 꽤 있었으리라.


그래도 다행히 전시장 안이 대단히 붐비지는 않았다. 음 정확히 말하자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순 있어도, 아주 여유롭게 찍지는 못할 정도의 밀집도랄까? 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곧 다른 아이를 위해 비켜주어야 했다. 비록 느릿하게 관람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미디어 아트도 보고, 그림 그리기 체험도 하고 알차게 전시회를 체험하고 나왔다. 만 3세 우리 애가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적당한 소요시간이었다고 본다. 아마 더 큰 아이들은 그림과 스토리를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나왔을 것 같다.



그런데 날씨가 봄처럼 따뜻하고 좋았던 점이 이날의 킥이었다. 예술의 전당 가운데에 펼쳐진 잔디 위에서 아이는 봄기운을 맞으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다른 아이들도 어찌나 깔깔대며 뒹굴고, 또 뛰어다니며 재미나게 놀던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풍경이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햇살이 내리쬐는 예술의 전당은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그곳에서 이미 나는 상춘객 모드.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얼마나 좋을지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포근한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없는 푸른 하늘을 보니 정말 살 맛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밖에서 한참을 놀다가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 나섰다. 지리를 잘 몰라서 건물 이곳저곳을 들락날락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탐험이었다. 나와 아이는 각종 오페라, 악기 연주회 등의 팸플랫을 보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사진 속 인물이 어떤 공연을 하는지, 어떤 악기를 다루는지 등. 비록 실제 공연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아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있는 체험을 하는 듯했다.




이렇게 반나절 동안 시간을 보내고 보니, 예술의 전당은 참으로 근사한 곳이었다. 특별한 전시가 없어도, 딱히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아도 아이와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날씨가 좋다는 전제 하에, 그리고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평일에 아이와 또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꽃 피는 봄이 오면, 아니 매 분기마다 아이와 예술의 전당에 가서 여유로움과 예술을 즐겨야겠다. 그리고 만약 또다시 얼리 버드 티켓을 사게 된다면 무조건 초반에 티켓을 사용하리라는 다짐을 해 본다.



#예술의전당 #그림책이좋아 #아이랑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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