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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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데일리

나는 요즘 차에 빠졌다. 도통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서 장롱이 아니라 찬장에서 차(茶)를 꺼냈다. 선물 받은 티백과 말린 찻잎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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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니 좋은 점은 커피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 내지는 카페인 중독자인 나는 커피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아침에 식후 한잔은 꼭 마셔야 됐고, 오후에도 1L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둘 중에 한 번이라도 거르는 날이면 오후에 잠이 쏟아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던 나. 몸이 카페인에 적응이 되어 각성 상태를 유지하다가 카페인 공급이 불충분하면 즉시 비활성 상태로 전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오후 커피를 생략하는 대신 입이 심심할 때 차를 마시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커피를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섭취량을 줄였다. 그리고 커피의 진한 향기와 쌉싸름한 맛은 내게 있어서 행복과도 같기에. 나는 그 행복한 순간을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곤한 날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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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커피 말고 차를 마시기로 결심을 하고, 친구가 준 오설록 티백 세트를 찬찬히 뜯어봤다. 종류가 꽤 많아서 무얼 마실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동백꽃 티'를 골랐다. 거의 매년 겨울마다 제주도에 동백꽃을 보러 다녔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도 붉고 아름다운 얼굴을 내미는 동백꽃. 눈과 대조되는 빨간 꽃잎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열정적이어서 항상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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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 동백꽃 차는 제주도 '카멜리아힐'에서 채취한 꽃으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나는 카멜리아 힐을 엄청 좋아해서 제주 여행을 할 때면 한 번씩 가곤 했었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기 때문에 언제 가도 볼거리가 많아서 내 최애 여행지 중 하나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론 겨울엔 조금 휑했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꾸며진 건 많았지만 꽃은 적었었던... 그래서 카멜리아힐은 여름에 수국이 가득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


카멜리아.png 출처: 카멜리아힐 홈페이지


동백꽃 티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김과 함께 은은한 향이 올라왔다. 너무 진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여리여리한 향기였다. 그래서인지 더 중독적이었달까? 오늘도, 내일도 계속 마시고 싶다는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아마 향기가 좋더라도 너무 강렬했다면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동백 향은 이제 막 티 타임에 입문한 나를 스리슬쩍 그 세계로 더 끌어들였다.


어느덧 동백꽃 티백이 다 떨어져서 나는 다른 차를 골라야만 했다. 그래서 루이보스티 찻잎을 차망에 넣고 우려서 마셔보았다. 임신했을 때 양수를 맑게 한다는 말에 물처럼 마셨던 루이보스티. 마침 또 다른 친구가 향기 가득한 걸 선물해 주어서, 그 친구를 떠올리며 한 잔을 마셨다. 찻잔에 담긴 온기와 함께, 추억도 진하게 솔솔 우러나오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늘 갑자기 눈이 왔다. 아이는 강아지처럼 신이 나서 십 분 정도 밖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더니 결국 콧물이 흐르고 기침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요즘 감기가 워낙 독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나는 잔뜩 긴장이 됐다. 그래서 예방 차원에서 도라지차를 끓여서 아이에게 한 컵을 먹였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에스프레소 잔으로 한 잔이다. 평소에 도라지차라면 절레절레하던 아이가 오늘은 웬일로 잔을 받아서 쭉 들이킨다. 녀석도 따끈한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는 기분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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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티 타임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아이와 즐길 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도 차를 한 잔씩 나눠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 시간이 차츰 우리 집 문화로 뿌리를 내리고 자리 잡길. 나는 다양한 차를 알아보고 가족들의 취향을 고려해 여럿을 준비해 둬야겠다. 그리고 티 타임을 위한 최종 목적지는 다도 세트를 풀세트로 갖추는 것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장비빨 세우는 한국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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