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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Sep 02. 2024

떡볶이, 마라탕, 액상과당 먹지 않기

24년 6월, 대장내시경을 준비하면서 계란과 식빵만 먹고 3~4일을 보냈다. 검사 결과는 '선종(암이 될 수 있는 종양)'. 그것도 2개가 발견되어 내시경으로 제거했다. 매년 받는 검사인데 거의 매년 선종이 생겨서 내시경 할 날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가슴을 졸인다. 


대장이 선천적으로 약한 걸까, 식습관이 문제인 걸까 매년 드는 고민이다. 아마 둘 다겠지. 

그렇지만 나의 식습관을 돌아보자면 치명적일 정도로 잘못된 부분은 없다 생각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절제하며 살아야 할까? 


우선 평소 식습관을 간략하게 읊어보자면, 


1. 생선을 포함하여 붉은 고기(돼지고기, 소고기, 연어, 참치 등)는 잘 먹지 않는다. 한 달에 1~2회 정도 국이나 카레에 넣는 돼지고기 뒷다리(지방이 제일 적게 느껴진다.) 조금이 전부다. 


2. 튀긴 음식이나 내장류와 같이 고지방 음식은 싫어해서 아예 먹지 않는다. 특히 내장류는 태어나서 먹어본 적이 없다. 


3. 먹는 양이 많지 않다. 보통 식당 기준 1인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평균 0.8인분 정도면 적당히 배부르다고 느끼는 편이다. 


4. 국물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5. 4번에 이어서 짠맛의 과자보다 단맛의 과자를 선호한다. 


1번부터 4번까지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흠잡을 데 없다. 5번이 문제인 듯하다. 


나는 단 맛을 좋아한다. 다만 액상 과당이나 사탕의 단순한 단맛이 아니라 떡볶이, 고구마, 쿠키, 빵과 같이 음식의 단 맛을 좋아한다. 혀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음식은 90% 이상 고탄수화물, 즉 당이 넘쳐나는 음식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물며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도 많이 먹으면 당뇨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군것질은 포만감도 없을뿐더러 훨씬 더 급격하게 당을 올린다. '당'은 암세포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암도 있고, 원인이 분명한 암도 있다. 나는 모든 암을 통틀어 '먹는 음식'이 원인의 1%라도 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올해 대장내시경 이후 떡볶이, 마라탕, 액상과당을 먹지 않고 있다. 


처음엔 생리 전 증후군이 올 때마다 달고 자극적인 음식이 미친 듯이 먹고 싶었다. 하루종일 먹는 생각 때문에 일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하지만 선종 '2개'의 위력은 강했다. 거의 10년째 매년 받는 검사에서 2개가 나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검사 결과만 생각하면 입맛이 뚝 떨어지긴 했다. 


그리고 매운맛을 너무 좋아해서 매달 1~2번은 꼭 점심에 마라탕을 '수혈'하듯 먹었는데, 점심 메이트인 과장님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끊을 수 있었다. 


4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은 저 음식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당도 중독된다. 고로 끊을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가능하면 평생 동안 최소 저 음식들은 절대 먹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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