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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an 19. 2024

불량한 식습관을 고백합니다.

다이어트 후 바뀐 식성

어릴 땐 과자를 정말 싫어하는 아이였다.

과자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사탕, 초콜릿, 빵, 햄버거, 피자 등등 몸에 나쁜 음식은 '그냥' 싫어하는 입맛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간신히 참는 중이다.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그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갑자기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점심 급식은 무조건 절반만 먹고 저녁은 허기만 달랠 정도로 먹었던 시기인 것 같다. 간식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의식에 사로잡히게 되고 일반식조차 절반으로 줄이니 한창 공부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많을 시기에 너무 적은 열량을 섭취하게 됐다. 자연스레 자꾸 고열량, 단 음식이 생각나고 그걸 참느라 스트레스받는 굴레의 연속이었다.


원래 '하지 말라'하면 더 하고 싶지 않은가! 당장 살은 빠져가는데 온 머릿속은 음식 생각만 가득 차서 학업에 방해가 됐던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 오히려 아주 어릴 때 안 먹던 음식을 더 찾게 되는 듯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몸무게 최대치를 찍고 대학에 입학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다행히 살은 더 찌진 않았다. 다만, 운동은 하기 싫었고 식이요법으로 빼려고 하니 집밥도 피하고 양을 확 줄여 먹어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마음만 그랬고 실상 먹는 양은 줄이지 못했다. 이런 아이러니함. 당시 오로지 칼로리만 계산해서 먹다 보니 거의 모든 음식과 식재료의 칼로리를 꿰고 있을 정도였다. 수년이 지나서야 칼로리보단 영양학적으로 접근해야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깨우친 지는 2년 정도 된 듯. 얼마 되지 않았다.



겨울만 되면 고칼로리 음식이 땡긴다. 그럴 때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 중에서도 그나마 나은 수제버거를 먹는다. 그리고 꼭 낮에 먹기.


지금도 아이스크림, 마라탕, 떡볶이, 햄버거 등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도 사랑한다. 강박적으로 참지 않는다. 먹을 땐 먹는다. 다만, 똑똑하게 먹는다.



이젠 나름의 루틴이 생겨 조금 느슨하게 일반식을 즐겨도 몸무게의 변동이 크지 않다. 아, 호르몬의 간섭이 없을 때 말이다. 물론 안 먹으면 더욱 좋겠지만 한 번에 끊어내려곤 하지 않았다. 그간 서서히 줄여 오다가 몇 가지 음식은 끊기고 마음먹었지만 음식 가짓수를 한 번에 정하진 않는다.


음식의 원재료를 따져본다. 들어가는 재료나 양념에 '당'이 70% 이상이면 거의 먹지 않는다. 억지로 참기 보단 오히려 꺼려진다. 요즘은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제로슈거로 나오는 좋은 세상이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저당, 저칼로리 제품이 정말 잘 나와서 가끔 단맛의 유혹이 심할 때면 먹는다. 아이스크림은 당보다 유제품이라 안 먹으려 노력 중이다.


음식 중에는 떡볶이가 내겐 가장 위험한 존재다. 주기적으로 먹고 싶고 당은 거의 100%에 가까우며, 너무 맛있다. 저녁에 먹으면 다음 날 엄청 부은 얼굴을 보면 탄수화물의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은 아니지만 한 번 먹고 싶기 시작하면 먹기 전까지 괴롭히는 녀석. 탄수화물을 튀긴 음식이 발암물질로 알려진 만큼, 더더욱 끊어내야 하는...


이상하게 치킨, 피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이드 음식에 환장한다. 감자튀김, 파스타, 치즈볼 등등.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데, 왠지 치킨보다 사이드 음식이 더 안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이드 음식의 공통점은 '탄수화물'이다. 특히, 탄수화물을 튀긴 음식은 최악이다. 대표적으로 감자튀김과 고구마튀김이 되시겠다. 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인데. 슬프다.


단순히 탄수화물이고 튀겨서가 아니다. 화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탄수화물을 튀기면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생성된다고 한다. 1+1=2인 줄 알았는데  a+b=c의 개념이라니, 영양 정보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추운 겨울, 포장마차에서 먹는 분식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마라탕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처음 먹어보고 센세이션이었다. 이런 맛이 있다니. 먹자마자 중독됐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과 점심으로 먹는다. 마라탕을 먹고도 다음 날 몸무게가 빠져 있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탄수화물은 세 젓가락만 먹는다는 생각으로 담는다. 중국당면, 옥수수면, 뉴진면 등등 전분이나 옥수수로만 만들어진 재료는 정말 조금만 담는다. 그리고 두부, 채소, 버섯으로만 먹는다. 개인의 취향이긴 한데 나는 청경채와 두부면만 넣고도 만족할 만큼 그 2가지 재료를 사랑한다.


국물은 절대 금물.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재료가 머금고 있는 국물은 숟가락에 살짝 눌러서 국물을 조금 빼낸다. 그리고 먹는다. 그럼 꽤나 많은 양의 국물을 안 먹을 수 있다. 마라탕은 국물이 지방+나트륨 폭탄이라 조금만 먹어도 엄청난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국물은 정말 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양을 줄이는 것이다. 요즘 물가로 8천 원대로만 재료를 담자.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과유불급이거늘, 마라탕은...(절레절레)





요즘은 매 끼니마다 첫 번째 음식으로 채소를 먹는다. 샐러드, 방울토마토를 주로 먹는다. 그리고 단백질은 두부면이나 닭가슴살, 서리태 콩물로 채운다. 아, 병아리콩도 듬뿍 먹고 있다. 매번 재미없는 음식만 먹을 수도, 재미있는 음식만 먹을 수도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니까. 나름의 방법으로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습관은 들여보자.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지키기 어렵다면 하나씩 해 나가 보자.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될 날이 반드시 온다.


오늘 저녁을 잘 넘기면 내일 하루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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