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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Nov 28. 2023

만성통증, 세 번째 화살의 비밀(2)

통증기능분석학회 추계강좌

통증기능분석학회 2023 추계 학술대회 강의록 초록 : 만성통증 증후군, 세 번째 화살의 비밀(2)




1. 만성통증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급성으로 발생한 통증은 어떻게 만성통증 증후군으로 진행되어 이렇게 삶을 고통스럽게 할까?


지금부터 각각의 화살을 확인해 보면서 통증의 만성화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화살은 통각(nociception)이다. 


유해한 자극(noxious stimuli)을 말초의 감각기관이 받아들이고(sensing) 척수를 통해 뇌의 시상에 도달할 때 통각이라고 한다. 급성통증은 외부의 유해자극을 감각기관이 받아들이면서 시작하며 발생일로부터 3주 이내의 통증을 일컫는다. 





두 번째 화살은 통증(pain)이다. 


통각에 정서적인 불쾌함이 가미될 때 통증이라고 한다. 


마라톤을 하는 도중 종아리나 허벅지 근육에서 과도한 근육의 긴장 또는 근육의 미세손상과 근피로가 있을 때 통각이 중추신경계에 도달한다. 그러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 중 일부는 뇌의 보상회로를 통해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분비되어 통각을 통증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처음으로 예방접종을 받는 신생아는 통각(자극)의 강도에 비례하여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몇 번 예방접종을 받고 나면 아기는 주삿바늘만 보아도 정서적인 불쾌감이 극에 달하고 통각(자극)의 강도에 몇 배에 달하는 통증을 느낀다. 이것은 자극의 정도와 통증(불쾌한 감각이나 정서적 경험)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의학은 첫 번째 화살에 대한 기전을 상당히 밝혀 놓았다. 두 번째 화살에 대한 기전은 조금씩 실체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러나 세 번째 화살에 대해서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화살은 만성통증 증후군을 말한다. 


만성통증 증후군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이 고통으로 변질된 상태이다. 조직의 손상은 없으나 지속되는 통증이 불쾌한 감각이나 감정을 낳을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과 그 가족의 삶을 좀먹고 있는 상태다. 이 강의의 주제는 만성통증 증후군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증의 만성화 과정


가) 급성 통증 : 생물학적 통증 모델 


급성통증은 통증의 개념 가운데 생물학적 통증 개념이 잘 들어맞는 영역이다. 이 분야는 앞서 설명한 데카르트의 연구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몇 십 년간 생물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분야의 시도가 의학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다. 분자생물학과 유전자 수준으로 질병에 접근하는 과학적 방법론이 질병의 발생기전을 밝혀내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해 왔다. 항암치료제 중의 일부는 표적치료제로 작용하여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손도 댈 수 없었던 암을 상당한 수준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전설적인 밴드 퀸의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목숨을 가져가 버렸던 AIDS도 면역치료제의 개발로 이제는 당뇨병 정도의 만성질병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의학의 발달은 실로 눈부시다. 로봇이 수술을 하고 재료공학의 발달로 장기를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내는 수준으로 발달했다. 급성통증에 대해서는 이러한 현대의학의 발달이 비교적 잘 적용되어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급성외상에 의한 조직손상과 관련되는 통증은 수술과 약물치료 등으로 잘 조절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급성통증에도 일부 예외가 있다. 전쟁과 같은 극한상황에서 큰 부상을 당한 군인이 느끼는 통증보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발생한 가벼운 교통사고에서 느끼는 통증이 더 크다는 것은 조직손상의 심각성과 통증의 강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한다면 비교적 급성통증은 생물학적인 통증 기전이 잘 적용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통증이라고 한다. (연구자에 따라 6개월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조직의 손상이 더 이상 없다면 대체로 3개월은 조직의 손상이 자발적으로 회복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추가적인 조직의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될 때 급성통증이 만성통증으로 발전한다.





다음 시간에는 통증의 발생과 억제 과정정에 대해 알아보자.


- 2/13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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