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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Feb 20. 2024

만성통증, 세 번째 화살의 비밀(끝) 치료를 넘어 치유

통증기능분석학회 추계 학술대회 강의록


통증기능분석학회 추계 학술대회 강의록 초록 : 만성통증 증후군, 세 번째 화살의 비밀(13)


맺는 말


4. 순수의식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는 치유


치유자Healer가 배경자아를 알아차린 그 안목으로 환자를 본다면 환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마음 뒤의 무지와 그릇된 신념까지 모두 보게 된다. 비록 치유자의 입장에서는 그릇된 신념이라도 환자 자신에게는 분명한 실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함부로 그 신념을 무시하거나 가벼이 볼 수는 없다. 만성통증 증후군은 치유자와 환자가 둘로 나뉘어진 곳에서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런 높아진 의식으로 환자를 대하면 환자와 치유자가 둘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


치료하는 사람과 치료받는 사람이 나뉘어져 있지 않다.



몰입FLOW, 무아無我, 순수의식만 남은 지점.



어쩌면 평생 다른 개체로 살아온 두 생명체가 한 영혼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불교에서는 이 지점을 불이중도不二中道라 하며,


기독교 전통으로는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지점,


신비주의 전통으로는 신과 인간의 경계가 사라진 곳이다.



마치 오른손이 물건을 들다가 무거울 때 왼손이 재빨리 받치지만 자신의 행위와 자랑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이 지점에서는 에너지가 거의 들지 않는다. 과도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나와 대상이 나뉘어져 있다는 분리의식 때문이다. 인간의 고통은 바로 이 분리의식이 가장 큰 원인제공자인지 모른다. 나는 의식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데 그 대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분리의식(분별심)이 없다면 자연스러운 흐름FLOW만 남는다. (FLOW : 몰입이라는 말은 주체와 객체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말이며 달리 말하면 물처럼 흐른다는 말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無爲行이라고 하며 기독교 전통으로는 예수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했던 바로 그 의식을 말한다.


노자는 이 자리를 자연自然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도덕경 25장에서 노자는 사람은 땅의 이치를 따르고, 땅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고, 하늘은 도를 따르고, 도는 자연을 따른다고 하면서 순리대로 사는 사람의 자연스러움을 노래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치료하는 자도 치료받는 자도 사라지고 하나의 흐름만 남는다. 주체와 대상이 사라지고 오로지 자연스러운 흐름만 존재한다.


이것이 만성통증 증후군을 치료하는 사람의 의식이다.


이 자리에서는 생리학과 병리학이라는 지식만 머릿속에 채운 의료기술자가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빛나는 이들의 제자가 되는지도 모른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예수의 제자

지혜의 빛으로 고통의 불꽃을 끄는 붓다의 제자"





인간들의 탐욕과 집착으로 지구의 온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전 지구의 온도를 1도라도 낮추려는 수많은 과학자들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첫 번째 화살(통각)을 피하는 것은 육체를 가지고 사는 인간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두 번째 화살(통증)을 피하는 것도 생각을 가지고 사는 인간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 번째 화살(고통)을 피하는 것은 가능하다.


육체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과 기억을 바탕으로 실체가 되어버린 통증이 삶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환자들이 만성통증 증후군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요약해 보자.


고통을 직면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고통의 불꽃이 계속 타오르게 하는 기억의 파이프 라인을 차단하는 다양한 방법들(통증일기, 맨발걷기, 자율신경치료, 명상, 춤, 뜨개질... 이어지는 별도의 시리즈에서 자세히 알아 보겠다.)을 적용해 보자.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유자 자신이 고통에 물들어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정기적으로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고 높이 떠오른 안목을 유지하는 것이다. 치유자가 고통에 빠져 있으면 환자의 사정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들의 모든 감각과 생각을 수용하고 적절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음을 명심하자.


이 글을 읽는 모든 치유자들이 우리들보다 앞서서 지혜를 펼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기를 바란다.


거인의 어깨에서 각자 가진 안목과 재능을 더하여 만성통증으로 삶이 무너지는 분들의 가슴 속으로 연민의 눈빛을 가지고 용기있게 들어가 보자.


어느 때인가 우리의 이런 안목을 통해 전 지구적 통증점수(VAS)가 1이라도 낮아지기를 희망하며.....



- 만성통증 증후군, 세 번째 화살의 비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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