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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윈 Feb 16. 2024

4년만의 한국방문기 - 3

좋은 음식, 좋은 사람, 그리고 술술술


 정말 3시간이 걸려서 겨우 동생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바로 약속이 있어서 옷만 갈아입고, 동생과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밴쿠버에 친한 친구가 내년에 결혼을 하는데 웨딩촬영은 한국에서 찍는다고 한국에 나와있는 상태였거든요.


 친구는 한국사람이고 친구의 예비 와이프는 홍콩계 캐네디언 입니다. 친구는 굳이 큰 돈 쓰고 한국가서 굳이 스튜디오 예약해서 웨딩사진을 찍어야 겠냐라고 반대를 했지만 와이프가 결혼사진은 무조건 서울에서 찍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어쩌겠습니까, 마님이 하자면 해야죠. 급하게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서울에 넘어와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한국의 영향력이 외국에서 점점 커지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왔을때만 하더라도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기껏해야 강남스타일, 김치 정도였죠.


 요새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소개되고 BTS를 필두로 한국 아이돌그룹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서 예전에 비하면 한국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건 사실입니다. 이런거보면 예전에 타임스퀘어 광장에 말도 안되는 이상한 광고 띄우면서 한국을 알리겠다고 쑈를 했던 게 웃기죠. 그런 돈으로 문화 컨텐츠에 투자했으면 더 좋은 방향으로 한국이 알려질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캐네디언들 사이에선 아직 한국문화가 서브컬쳐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을 무시하긴 힘들더라구요. 모두가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특히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올라오기만 하면 항상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한국의 로맨스 드라마보다는 '오징어게임'이나 '지옥'같은 스릴러쪽 드라마가 인기가 많긴 하지만요.


 하지만 캐나다에 캐네디언들만 사는게 아니죠. 이민자들, 특히 아시아 계열 쪽 사람들은 한국문화에 푹 빠져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만나면 자기는 서울에 가고 싶다, 한국 제품들은 너무 좋은 것들이 많다, 옛날엔 일본이 아시아 트랜드를 만들었는데 요샌 한국이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중국,일본에서도 인기가 많다 등등.




 저와 동생은 택시를 타고 미리 예약해둔 '화춘옥'이라는 소고기 집으로 향했습니다. 거기가 어딘지 전 잘 몰랐는데 동생 말로는 가격대가 좀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다행히 강남으로 넘어가는 길은 심하게 막히지 않아 예약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요새 한국문화가 많이 알려지다보니 한국식 BBQ도 밴쿠버에서 인기가 꽤 많습니다. 정말 한국 고깃집 분위기 나는 곳부터해서 고기뷔페 처럼 만든 곳도 있고. 그런 곳에 가면 한국사람도 많지만 거의 절반은 외국인들이지요.


 저야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불판에 고기 굽고 버섯 구워서 쌈 싸먹는 한국식 고기 문화가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굉장히 이색적이고 특이하게 보이는 모양이더라구요. 백인이건 중국인이건 인도인이건 필리피노건간에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그런 고기집에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쌈 싸먹는 거 보고 있으면 아직도 좀 신기하긴 합니다.


 하지만 전 밴쿠버에선 고기를 밖에서 사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죠. 그냥 정육점가서 삼겹살, 목살 사고 상추, 깻잎, 고추, 마늘, 쌈장사서 집에 가지고와서 먹으면 3~4명이서 배부르게 먹어도 $60~70이면 충분한데 식당에서 먹으면 그렇게까지 못 먹거든요.


 거기다 전 술을 좋아해서 고기 먹을 땐 술이 빠지면 안 되는데 소주가 밖에서 먹으면 한 병에 $15정도. 그런데 밴쿠버는 메뉴판 가격에 세금이 따로 붙고, 팁도 15%정도는 줘야하니 가끔 분위기 내러 가거나 회식때 가는 거 말고는 잘 안 가지는게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에 왔었을 때도 고기집은 별로 안가고 싶었고, 특히 소고기는 왠만하면 안 먹고 싶었거든요. 밴쿠버에 있을 땐 주로 지방이 없고 살코기가 많이 들어간 소고기를 많이 먹다보니, 마블링이 들어간 한우도 정말 맛있긴 하지만 제 입맛에는 느끼해서 많이 못 먹겠더라구요. 한국에 있었을 때 마블링이 짱짱하게 들어간 소고기를 별로 안 먹어봐서 그런가...


 그런데 친구가 자기가 산다고, 오랜만에 같이 한국가는 건데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기분 내보자고 하길래. 뭐, 그래 네가 사는거니까. 그럼 가서 먹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놀란게 접대가 남다르더라구요. 직접 직원분이 친절하게 인사하시면서 자리 안내해주시고 겉옷도 받아서 걸어주시고. 가격은 좀 있긴해도, '와 서비스가 이정도야?' 하는 느낌에 깜짝 놀랐습니다. 밴쿠버에선 별 대접 받은 것도 없는데 팁을 15%줘야되는데 여긴 그런것도 없는데 이정도까지 해주신다니.



 고기와 술을 시켰는데 고기까지 직접 다 구워주시더라구요. 거기서 감동을 한 번 더 받았습니다. '이야...내가 그전까지 한국 살 때 이런 괜찮은 식당을 부모님하고 한 번 와볼걸 그랬다. 원래 이런거야, 아니면 여기만 이런거야?'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 기억으로 고기집가면 직접 구워서 먹었던 것 같은데..


 술도 괜찮은 거 먹자고 소주말고 굳이 '화요'를 시켜주길래, 그래 뭐 네가 내는 건데. 나야 좋지. 하면서 신나게 마셨습니다. 친구의 와이프는 술을 안 먹지만 나머지 셋은 술을 좋아해서 엄청 마셨습니다. 술이 부드러운게 느낌이 아주 좋더라구요.


 친구의 와이프는 한국말을 잘 못해서 저희는 영어로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제 동생은 영어를 아예 못한다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와 친구가 옆에서 도와주고, 또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다보니 용기가 생겼는지 막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전 동생이 불편해하고 재미없어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너무 재밌다고, 이런 술자리는 처음이다. 2차도 가자면서 아주 적극적이더라구요. 제 동생이 술을 그렇게 잘 먹는지 전 처음 알았습니다. 가족들끼리 술 먹으면 "난 재미있는 술자리에서만 술을 먹지, 집에서는 술 안 먹습니다."하면서 맥주 한 캔 마시면 술 다 먹었다고 음료수만 마셨었거든요.


 2차는 이자카야에 가서 모듬회에, 모쯔나베에 이것저것 시켜서 기분 좋게 술을 마셨습니다. 요샌 서울에도 외국인이 많아, 술집에서 영어를 듣는게 신기한 일은 아니라고 하던데 동생은 자기가 그런 자리에 있는게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하더라구요.


 새벽 2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생이 많이 바빴죠. 친구들한테 서울에 유명한 장소나 쇼핑하기 좋은 곳, 맛집을 손짓발짓 해가면서 소개해준다고요.


 동생을 빼면 밴쿠버에서 정말 자주보는 친구들이지만 한국에서 만나니까 또 색다르더라구요. 한국의 음식점이나 술집이 분위기도 훨씬 좋고, 음식들도 싸고 맛도 훨씬 좋구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이제 술도 많이 취했고 저희나 친구네 커플도 다음날 일정이 있어서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친구들을 택시 태워서 먼저 보내고 동생과 저는 택시가 안 잡혀서 길가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술이 좀 취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정말정말 추웠던 것.


  친구들을 보내고 길거리에서 서서 택시를 기다리다보니 술이 좀 깨더라고요. 추위를 도저히 참기가 힘들어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커피 하나 마시면서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술이 많이 취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재미있어서 그랬는지 동생은 기분이 업되서 계속 말을 하더라고요. 외국에 나가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한국에서 처럼 그렇게 조용하게 지내고 있으면 어떻게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 하는거 보니까 걱정이 안 된다. 뭐 그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신기하거든요. 제 성격이 이렇게 바뀔 줄이야. 사실 저는 아직도 조용히 혼자 술 마시면서 진지한 이야기하고, 혼자 영화보거나 책 읽는게 더 좋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성격이 좀 변해야 겠더라고요. 한국에서 처럼 혼자 하고 싶은 걸 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만, 그러면 정말 아무도 신경을 안 써줘서 불러주는 사람들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과 편하게 노는 자리에서는 완전 다른 가면을 쓰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으니 그런 분위기에서 흥을 안 깨고 즐기려면 뭐든 이야기를 해야되고, 또 그런 이야깃거리를 꺼내려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할만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평소때도 관심을 많이 가지죠.


 그래서 한국에선 스포츠 보는 걸 싫어했는데 외국 축구리그나 NFL같은 걸 보면서 이야깃거리를 만드려고 노력을 합니다. 남자들은 다 똑같거든요. 한국에선 술 마시고 담배 한대피고 노래방이나 PC방 같이 가면 친한 친구되고 목욕탕까지 같이가면 그때부터 절친이라고.


 여긴 그런 문화가 없으니 대신 술 마시면서 스포츠 이야기하고 "야, 너희 월드컵때 경기 잘하더라. 아쉬웠다." 이런 이야기로 물꼬틀고 제가 아는 그 나라 잡상식 같은거 살짝 해주면서 "이런거 저런거 너희가 먼저 만들었더라? 위대한 위인들 엄청 많더라. 너희 나라 대단한거 같다."하면 바로 어깨동무하면서 친구되더라고요.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 성격이 좀 바뀌어서 많이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변했죠. 밴쿠버에서 만난 친구들, 특히 외국인 친구들은 제가 극 E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전 극 I인데...


 여튼 그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다보니 택시가 곧 온다고 알람이 왔습니다. 동생은 그냥 자기 아쉽다고 맥주나 집에가서 한잔하자며 맥주를 4~5캔 정도 샀습니다. 맥주를 못 마실거 같았는데 둘이서 진지한 이야기하다가, 내일 부산 내려가기 전에 들릴 곳들 이야기하다보니 맥주도 거의 다 마셨더라고요.


 "다음날 일정이 있으니까 이제 자자."하고 죽은듯이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한 침대에서 잠을 잔 게 얼마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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