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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윈 Jan 28. 2024

4년만의 한국 방문기 - Prologue

4년 만에 한국을 가게 된 이유, 그리고 가지 않은 이유

  4년 만에, 정확하게는 4년 반 만에 한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도 몇 번인가 한국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코비드 상황 때문에, 직장 문제 때문에, 또 개인적 사정이 많았습니다.


 비행기 티켓을 사뒀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한 적도 있었고 그렇게 계속 미루다 보니 어느새 2023년 여름이 왔더군요. 제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간 것이 2019년 여름이었으니, 그때가 딱 4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여행사에서 비행기 특가 세일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티켓을 문의했더니 생각보다 싸더라구요. ‘그래, 이제 갈 때가 되긴 했지.’하는 생각이 들어 티켓을 먼저 홀드 했습니다.


 티켓을 홀드 하자마자 원장님께 연말에 한국에 다녀오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희 원장님은 쿨하신 편이어서 “좋지. 얼마나 갔다 올 거야?”하고 물어보시길래 “3주 정도 다녀올 계획이다. 일은 예약날짜만 넉넉히 잡아주면 가기 전에 최대한 다 해놓고, 갔다 와서 완벽하게 해 놓겠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원장님께서 웃으면서 “그런 말 미리 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4년 만에 가는데 3주는 짧은 거 같다, 한 두 달 다녀오지 그래?”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시길래 말씀은 고맙지만 3주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2달씩 휴가를 내는 건 직업 특성상 좀 무리긴 하지만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감사하더라구요.




 사실 한국에 너무 가고 싶다, 가족들 보고 싶다, 친구들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티켓을 산 건 아니었습니다. 명절에 큰집 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안 가도 별 상관은 없지만 갈 때가 됐으니 가야지.’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몇 년 살다 보니, 또 한국에 안 간지 좀 되다 보니까 한국 생각이 그렇게 절실하진 않더라구요. 한국 음식 먹고 싶으면 한국 음식점 가서 먹으면 되고, 대작 영화는 영화관에서 상영도 하고, 좀 불편하고 비싸고 얄구지고 멀고 복잡해서 그렇지 한국 분위기 느끼고 싶으면 느낄만한 곳이 없진 않습니다. 


 제가 퇴근하고 나서, 아니면 주말에 무조건 어딜 가야 해! 하는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라 조용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이곳이 좀 더 저한테 맞는 것 같구요.


 가족도 보고야 싶지만 그렇게 간절하진 않았습니다. 요샌 카카오톡으로 연락하기도 편하고 영상통화도 잘 돼있으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 못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니까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큰 편도 아니고요.


 친구들도 이제 연락하는 친구들이 몇 명 안 남았네요. 오래 못 보기도 했고, 또 시차라는 게 생각보다 한국에 연락하기 힘든 걸림돌이 됩니다. 제 친구 한 명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죠. "난 군대 때도 여자친구가 있었고 캐나다 처음 왔을 때도 롱디를 했는데 한국-캐나다 롱디에 비하면 군대는 장난이었다."라고. 생각보다 한국시간에 맞춰서 연락을 하는 게 엄청 힘들거든요.


 그래도 ‘가족들, 한국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보면 좋잖아? 한국이 맛있는 것도 많고 놀 곳도 많은데 기회가 되면 한국 가는 게 낫지 않아?’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죠.


 가고야 싶지만 한국에 그동안 가지 않았던 이유가 좀 있었습니다. 그 이유들을 여기서 풀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고, 가장 큰 이유만 말해보자면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이겠네요.


 이곳에 비해 아무리 한국이 물가가 싸고 부모님이 계시니 숙박비가 들지 않는다고 해도 비싼 비행기 티켓에, 한국에서 쓰는 돈에, 그동안 일하지 못하는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선뜻 한국행 티켓을 사는 것이 부담이 되긴 합니다.


 사회 초년생일 땐 그런 것 생각 안 하고 그냥 한국을 갔었는데 이젠 하나둘씩 갚아나가야 하는 것들이 생기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 돈을 모으다 보니 '굳이 이 돈을 내고 내가 한국에 가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한국에 한 번 가겠나, 부모님 1년이라도 더 젊으실 때 보는 게 낫지.' 하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홀드 해놓은 티켓을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2023년 12월 22일이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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