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판 국정농단 사건...'이자겸의 난'

[정변의 역사-확장판 3] 고려 문벌귀족 사회의 민낯

'고려사'. 이자겸은 왕을 뛰어넘는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했다.

#. 아래 내용은 6월에 출간된 '정변의 역사-확장판' 하이라이트 부분.

... 이쯤 되자 이자겸은 높아진 권세만큼 교만도 하늘을 찔렀다. 자신의 집 이름에 왕실에서나 쓸 수 있는 '궁'(宮)이라는 칭호를 붙였고 자신의 생일을 '인수절'이라 하며 기념일로 정했다. 교만의 절정은 이자겸이 스스로를 '지군국사'라고 일컬은 것이다. 이는 이자겸이 신하를 송나라로 보내 표문을 올리고 토산물을 바칠 때 사용한 용어였다. 자신이 국가의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상 스스로를 '왕'이라고 여긴 것이다.

...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종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측근들에게 이자겸 제거 계획을 실행에 옮기라고 명했다. 명을 받은 인종의 측근들은 초저녁에 군사들을 이끌고 궁궐로 진입해 이자겸의 최측근이었던 '척준경'의 동생 척준신과 아들인 내시 척순 등을 척살했다. 그런데 거사가 더 진행되기도 전에 궁궐에서 있었던 일이 이자겸과 척준경에게 신속히 보고됐다. 이자겸은 척준경 및 가까운 신료들을 급히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대책 회의가 한창 진행되던 중, 별안간 척준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상황이 매우 긴급하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후 무작정 군사들을 이끌고 궁궐 세 번째 문인 신봉문 쪽으로 쳐들어갔다. 척준경은 면밀한 대책이 도출되기도 전에 자신의 무력만을 믿고 독자 행동을 감행한 것이다. 척준경은 우리나라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자타공인 맹장 중의 맹장이었다.

과연 척준경의 무력과 위세는 실로 대단했다. 척준경과 그의 정예 병력은 무지막지하게 칼을 휘두르며 관군을 격파해 나갔고 이내 전세는 역전됐다. 척준경을 보고 놀란 인종의 측근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궁궐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척준경은 전투에 쓰이는 기구를 보관하는 창고인 군기고를 습격한 후 궁궐 남쪽 성문인 승평문을 포위했다.

... 이자겸을 제거하고 왕권을 드높이려 했던 인종은 되레 왕위를 빼앗기고 고려 왕조의 멸망마저 불러올 위기에 처했다. 인종은 조서를 내려 이자겸에게 양위할 것을 청했고 이자겸도 처음에는 이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재종형제인 이수가 "주상께서 비록 조서를 내리더라도 이공(이자겸)이 어찌 감히 그 같은 일을 하겠나"라고 고함을 쳤다. 그 순간 이자겸은 마음을 돌렸고 "신은 두 마음을 품지 않았으니 깊이 양찰(諒察)하소서"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자겸은 주변에 보는 눈들이 많으니 선뜻 왕위를 받기보단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훗날을 도모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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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의 역사 -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