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안에 작은 건 없어

by 시와 카피 사이

<혼자하는 축구>



4교시가 끝나면

집으로 곧장 돌아오던


어린 나는

베란다로 향했다


한 뼘쯤

창문을 열고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정수리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어렵게 준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홀로

벽에 공을 차고 놀았다


벽에 공을 차면

공이 돌아와서 좋았다




어릴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맞벌이인 부모님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시곤 했죠.


집에 혼자 남겨진 날엔 종일 사물들과 놀았어요.

바둑알, 검은 비닐봉지, 탱탱볼, 전단지 등등…


사물과 시간을 보내며 친해질수록

사물의 새로운 가능성들이 보이더군요.


전단지는 비행기가 되고

바둑알은 장난감 병정이 되고

벽은 공을 받아주는 골키퍼가 되고

비닐봉지는 풍선이 되어 허공 위를 느리게 떠다녔죠.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깊은 관심과 애정이 더해지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진정으로 사랑할 때, 비로소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거죠.


윤제림 시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사랑은 길을 만드네

풍경을 만들고 음악을 만드네‘


창조의 시작은 사랑입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사랑 안에

작은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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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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