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불빛 아래 묻어두고

by 시와 카피 사이

<섬광>



점심 시간이면

그토록 붐비던 식당들이

저녁만 되면 전기가 나간 듯

고요해집니다

한때 내가 열렬했던 것들도

돌아보면

불 꺼진 방 같습니다

사랑을 끝내고 잠에 든 연인같이

말이 없습니다

다만

축 처진 손을

꼭 쥘 따름입니다




"너 흔히들 하는 말 알지? 이 순간을 붙잡아라,

내 생각에는 반대로 말해야 할 것 같아.

이 순간이 우릴 붙잡는다고"

-영화 <보이후드> 중


붙잡을 수 있는 순간은 없습니다.

순간이 잠시 우릴 붙잡고 있다가 놓아줄 뿐이죠.


순간은 잠깐 머물다 가는 빛과 같아요.

그간 얼마나 많은 빛들이

내 곁을 머물다 갔는지 세어봅니다.


서울역 역사에서 지붕 틈새로 떠오르던 달,

분리수거를 하다 문득 올려다 본

아버지의 얼굴 점 같은 별자리들,

해질녘 붉게 물든 강물과

빛을 받으며 대교 위를 가로지르던 열차


이러한 찰나의 섬광들이 모여

어쩌면 우리 인생 전체를

빛내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이 순간을 춤춰요,


추억은 잠시 불빛 아래 묻어두고




지금 당신은, 야경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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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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