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주를 짓는 사람 같다

by 시와 카피 사이

<나는 방주를 짓는 사람 같다>



며칠째 빈 우산만 가지고 다녔다


예보를 믿지 못하는 나는

구름의 표정을 더 신뢰했으므로


우산도 목이 마른지 바싹 말라 있다


폭염특보가 내린 날에도

검고 기다란 장우산을 가지고 나갔다

마치

큰 비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언젠가 비가 내리겠지


세상을 바꿀 만큼

거대한 빗줄기들이


쏟아지겠지 떨어져내리겠지


그날 나는

자랑처럼 우산을 펼쳐 들고

물 위를 걷겠지


비둘기가 파도 건너듯

무지개가 세상 건너듯




노아는 백년 가까이 방주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를 어리석고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온갖 조롱과 멸시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배를 만들어나갔죠.


그 원동력은 믿음이었습니다.

언젠가 큰 비가 내릴 거라는 믿음.


요즘엔 AI에 대한 믿음이

점차 신격화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AI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고

세상을 바꿀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AI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한다 해도

사람을 회복시키고, 성장시키고, 살아가게 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자리임을 믿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진 몰라도

사람을 바꾸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저는 씁니다.


단어를 조립하고,

문장을 조이고,

언어의 기둥에

운율의 돛을 달아올려

이름도 얼굴도 모를 독자를 향해

항해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삶 언젠가

큰 비가 퍼부을 때


제 글이

당신의 발치에


방주로 가닿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건, 사람 밖에 없다

-공익광고협의회 광고




https://brunch.co.kr/@hyungsic7/118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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