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주를 짓는 사람 같다>
며칠째 빈 우산만 가지고 다녔다
예보를 믿지 못하는 나는
구름의 표정을 더 신뢰했으므로
우산도 목이 마른지 바싹 말라 있다
폭염특보가 내린 날에도
검고 기다란 장우산을 가지고 나갔다
마치
큰 비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언젠가 비가 내리겠지
세상을 바꿀 만큼
거대한 빗줄기들이
쏟아지겠지 떨어져내리겠지
그날 나는
자랑처럼 우산을 펼쳐 들고
물 위를 걷겠지
비둘기가 파도 건너듯
무지개가 세상 건너듯
노아는 백년 가까이 방주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를 어리석고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온갖 조롱과 멸시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배를 만들어나갔죠.
그 원동력은 믿음이었습니다.
언젠가 큰 비가 내릴 거라는 믿음.
요즘엔 AI에 대한 믿음이
점차 신격화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AI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고
세상을 바꿀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AI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한다 해도
사람을 회복시키고, 성장시키고, 살아가게 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자리임을 믿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진 몰라도
사람을 바꾸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저는 씁니다.
단어를 조립하고,
문장을 조이고,
언어의 기둥에
운율의 돛을 달아올려
이름도 얼굴도 모를 독자를 향해
항해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삶 언젠가
큰 비가 퍼부을 때
제 글이
당신의 발치에
방주로 가닿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건, 사람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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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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