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주세요>
여기 처음처럼 주세요
알바생은
서빙이 처음이고
사장님은
사장이 처음이고
손님은
손님이 처음인 것처럼, 주세요
매일을
처음처럼 주세요
첫 구름
첫 골목
첫 햇빛
첫 표지판 첫 유모차 첫 육교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내린 눈이
올해도 첫눈인 것처럼
여기,
처음처럼 주세요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
제가 자주 가는 학동공원에는
팔각정과 작은 놀이터 하나가 있습니다.
언젠가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본 적 있죠.
평범하디 평범한 그 풍경 앞에서
그들은 멈추지 않고 경탄하듯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
특별한 여행의 공간으로
탈바꿈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늘
누군가의 관광지는
누군가의 일상지였을지 몰라요.
같은 공간이지만, 그곳을
누군가는 지루하고 익숙한 일상으로 거닐고
누군가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로 거닐었던 거죠.
본래 세계는 신비롭고 놀라운 곳인데
우리는 그간
감탄하고 감동하는 법을
잊고 살아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월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첫 눈일지 몰라요.
한겨울의
새하얀 첫눈이 아니라
갓 태어난 아기의 눈처럼,
첫 여행을 떠나온 관광객의 눈처럼,
모든 것에
경탄할 줄 아는
첫 눈
‘보통의 하루 같은 건 없어
아무렇지 않은 일상도
꽤 드라마다
매일은 꽤 드라마다‘
-조지아 커피 일본 광고
https://brunch.co.kr/@hyungsic7/124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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