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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Dec 25. 2023

F45, '인싸운동' 시작기

남편의 배가 점점 불러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


저녁이면 맥주 두 캔을 마시고 눕는 날이 많던 그였다. 결혼 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건강한 패턴의 그는 급속도로 나는 이제 아저씨라고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고 누워있는 그의 배를 보며, 흘러내리는 마그마와 같다고 느낀 적도 있다. 항상 남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신 어머님도 오랜만에 남편을 본 뒤로 '살 좀 빼야겠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였으니.


그러다 F45, 프사오라는 운동을 알게 되었다. 친구 커플이 매일 아침 운동을 같이 하면서 건강한 루틴이라고 소개했는데, 바로 그 운동이 F45였다. 운동 방법은 간단했다.


F45는 'Function 45'의 약자로 실용적인 운동을 45분 동안 진행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일 원하는 시간대에 출석을 해 최대 750칼로리를 태우도록 설계된 운동들을 2인 1조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월/수는 유산소, 화/목은 근력, 금/토는 하이브리드로 운영한다. 한 타임에 20명 남짓한 사람이 모여, 코치님께 운동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들은 후 서킷 트레이닝 형식으로 동작이 연결된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고강도 운동을 하며 얻는 에너지도 상당하다.


그런데 F45가 우리 동네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의 남편은 운동에 돈을 쓰기보다는 걷는 습관을 들이자고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는 배우던 테니스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F45를 시작해 보자는 나의 제안에 그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함께하는 루틴으로 만들 수 있으니 괜찮을 거로 생각한 거다.


그렇게 F45는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다. 회원 수를 어림잡아도 2백 명은 넘을 거 같은데 오랜만에 보는 코치님들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준다. 운동 초보인 우리 부부에게는 대안 운동을 알려줘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말할 것 없고. 이렇게 나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 가 서로의 열정을 나눈다는 것은 운동을 지속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점 한 가지는 남편의 뱃살은 잘 불어나는 만큼, 근육 또한 놀라운 속도로 붙는다는 것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남편의 변화는 뚜렷했다. 말랑이던 뱃살 속 탄탄한 근육이 눈에 띄게 자리했다. "내가 말했지? 나 근육 잘 붙는다고." 뱃살로 구박받던 남편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필라테스와 요가만 수년째 해오던 나도, 프사오를 통해 체력이 증진됨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F45 트레이닝을 내년에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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