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크리스마스, 우리 집에 '미생이'가 입주하셨다.
'미생이'는 미생물 분해 음식물 처리기(린클)을 부르는 우리 부부만의 애칭이다. 우리가 주는 음식을 얼마나 잘 먹는지(=분해하는지) 기특하고 고마워 사랑스러운 애칭을 붙였다.
당시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떤 것을 준비할지 고민하던 중 우리 둘 모두에게 유용한 선물이 되길 바라며 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남편에게는 엄청난 선물을 준비했으니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남겨놓고.
남편도 기뻐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말했다.
"오빠, 영수증 확인해 봐. 일주일 후에 집으로 배달될 거야."
기대에 찬 남편의 표정이 동그래졌다. 자취하던 시절부터 음식물을 냉동고에 얼려놓고 버리던 남편에게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불필요한 사치품이었던 눈치이다. 그렇기에 본인보다는 우리를 위한 선물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내 선물? 나는 그냥 나가는 길에 음쓰 버리면 되는데."
굳이 린클을 집에 둬야 하냐던 남편은 미생이의 입주 일주일 만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미생이의 장점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첫째, 친환경적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연간 탄소 배출량만 생각해 보면 상당하다. 그러나 미생이에게 음식물 쓰레기는 그저 그들이 먹을(분해할) 밥에 불과하다. 밥을 주면 24시간 이내 먹어치운 후 흙의 모습으로 돌려낸다. 고운 흙을 그저 일반 쓰레기봉지에 아주 가끔씩 모아 버리면 그만이다.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은 이마저 퇴비로 재활용하시기에 더 친환경적이다.
둘째, 한국인이 선호하는 맵고 짠 음식에 적합하다.
일반적인 미생물은 고염분, 강산화 환경에서 사멸하지 마련이다. 하지만 린클 전용 미생물은 해저에서 추출하여 고염분, 강산성 환경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주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고구마보다도 빠른 속도로 먹어치워 버린다.
셋째,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다.
처음 린클을 구입하면 완전 새 미생물을 받기 때문에 이 미생물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성숙시키는 과정인 초기 배양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 훨씬 빠르게 음식물을 분해하고 처리할 수 있다. 아기 미생물 시절엔 탄수화물,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줬지만 이제는 매운 음식뿐 아니라 생선 뼈까지도 먹어버린다. (원칙적으로는 주지 말라고 되어있지만 우리 부부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먹여 보았고 잘 소화해 냈다.)
그렇게 신혼 생활을 시작한 이후 3년째 사용하는 미생이는 우리 집에선 없어선 안될 존재다. 보통 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가 3대 가전으로 꼽히지만, 우리에게는 글쎄!
내 마음 속 순위는 건조기, 미생이, 그리고 마지막이 로봇청소기쯤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