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꼭 중요한 가치에 소비하자는 주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철저히 본인 위주다.
기념일이나 생일에 내가 옷이나 신발을 선물하면, "나는 이런 선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며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음 이것보다는 GV80이 나에게 딱 필요해"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나를 맥 빠지게 만든다.
남편이 가장 좋아했던 선물 중 하나는 두 번째 생일에 준 에어팟이었다. 본인에게 꽤 필요하면서도 살지 말지 고민이 들었던 실용 아이템이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랬던 그가 그 에어팟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1년 후에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에어팟 프로2로 업그레이드해 선물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드라이브 중 내비게이션으로 사용 중이었던 남편의 휴대폰에 당근 알림이 울렸다. 그는 태연하게 휴대폰 알림을 숨겼지만, 잠자리급 동체시력을 가진 나는 이미 봐버렸다. 에어팟 거래였다.
이거 뭐야?
남편은 제사상 생선을 훔치다 걸린 고양이처럼 현장에서 딱 걸려 민망해하며 말했다.
"마지막 단계에서의 확인 문자였는데 너무 아쉽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외출장 중에 에어팟을 잃어버렸고, 두 번이나 에어팟을 잃어버린 게 민망하고 미안했던 그는 용돈으로 당근거래를 통해 완전범죄(프로젝트명: 에어팟 바꿔치기)를 시도했던 것이다.
야금야금 모은 용돈으로 어떻게든 에어팟을 장만하려던 남편의 아쉬움 가득한 표정에서 어쩐지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럴 때 나는 남편이 몹시 귀여워진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게 에어팟에 줄이라도 달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