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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Oct 03. 2023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물건

극강 가성비를 추구하는 우리 집에도 호사스러운 물건이 있으니 바로 ‘허먼 밀러’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하이브는 직원 복지를 위해 사내 모든 의자를 허먼 밀러로 바꾸었는데, 그 자체로 기사화가 되곤 했다. ‘의자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며 가장 저렴한 모델조차 100만 원이 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거실을 TV 없는 공간으로 꾸미며, 오래 앉아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했다. 그래 의자는 고민의 여지없이 ‘허먼 밀러’가 되어야만 했다. 다른 의자는 앉을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책상을 구매하자마자 '인노바드 쇼룸'으로 향해 다양한 허먼밀러 체험을 해보았다.


모든 의자에 앉아본 후 에어론 체어로 구매했다. 내 몸에는 A사이즈(키 160 이하에게 적합)가, 남편에는 C사이즈 의자(키 180 이상에게 적합)가 맞았다.


내가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고 한들 남편에겐 A사이즈가 맞지 않았고, A를 사버리면 비싼 허먼밀러가 나만의 소유물이 될 터이니 M사이즈로 구매했다. 남편과 나 모두에게 완벽하게 맞지 않는 사이즈지만 나에게 허먼 밀러는 몹시 상징적이며, 복지 혜택이었기에,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햇살 들어오는 집에서 혼자 커피를 내려 책 읽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10개월의 휴식 기간 동안 매일 허먼밀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이 글도 허먼밀러에 앉아 작년 이맘쯤 초안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허먼밀러 본전을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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