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 가성비를 추구하는 우리 집에도 호사스러운 물건이 있으니 바로 ‘허먼 밀러’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하이브는 직원 복지를 위해 사내 모든 의자를 허먼 밀러로 바꾸었는데, 그 자체로 기사화가 되곤 했다. ‘의자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며 가장 저렴한 모델조차 100만 원이 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거실을 TV 없는 공간으로 꾸미며, 오래 앉아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했다. 그래 의자는 고민의 여지없이 ‘허먼 밀러’가 되어야만 했다. 다른 의자는 앉을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책상을 구매하자마자 '인노바드 쇼룸'으로 향해 다양한 허먼밀러 체험을 해보았다.
모든 의자에 앉아본 후 에어론 체어로 구매했다. 내 몸에는 A사이즈(키 160 이하에게 적합)가, 남편에는 C사이즈 의자(키 180 이상에게 적합)가 맞았다.
내가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고 한들 남편에겐 A사이즈가 맞지 않았고, A를 사버리면 비싼 허먼밀러가 나만의 소유물이 될 터이니 M사이즈로 구매했다. 남편과 나 모두에게 완벽하게 맞지 않는 사이즈지만 나에게 허먼 밀러는 몹시 상징적이며, 복지 혜택이었기에,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햇살 들어오는 집에서 혼자 커피를 내려 책 읽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10개월의 휴식 기간 동안 매일 허먼밀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이 글도 허먼밀러에 앉아 작년 이맘쯤 초안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허먼밀러 본전을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