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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Aug 07. 2024

용돈은 얼마가 적당한가

남편의 십년지기 친구들과 그들의 현/예비 아내들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이들 중 오는 연말에 결혼을 앞둔 두 예비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결혼한 후 각자의 용돈을 어떻게 분배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그날의 모임에는 대부분의 여성이 경제적 지휘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남편과 아내가 동일하게 용돈을 받는 구조였다. 한 예비 신부는 각자의 용돈으로 150만원씩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예비 신부는 50만 원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윽고 우리 차례가 되자 남편은 담담히 말했다.


"나는 20만 원 받아."

그러자 어디에선가 놀란 목소리들이, 어디에선가는 탄식이 들려왔다. 질문이 재차 날라온다.


- 교통비가 포함된 거야?

- 통신비는?

- 어떻게 살아?


남편은 차분히 대답을 해준다. 알뜰요금제를 사용하고 있고, 최근 도입한 K-패스 덕분에 교통비를 30% 정도 환급받아 좀 더 해 볼만하다고 했다. 또 필요한 옷은 함께 구매하고, 이러한 내역은 '생활비'로 사용되기에 크게 불편함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한 친구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앞으로 모임에서 남편은 정산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했으니 만원씩 챙겨주자는 농담을 던졌다.


유쾌하게 오간 대화지만 문득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30대 후반의 남편에게 20만 원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가혹한 수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내가 정한 범위는 아니었고, 나 역시 20만 원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남편이 슬쩍 말을 꺼냈다.


나는 지금 용돈으로도 충분한데, 규리는 60만 원 정도로 올려 필요할 걸 쓰자


순간,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다.


빠른 은퇴를 위해 돈을 바짝 벌어보기로 다짐했고, 꿋꿋하게 중간점을 찾는다. 더 받는다고 해도 더 이상 사치재를 사는 데는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조.기.은.퇴.' 이 단어 하나가 나의 소비 욕구를 잠재우고 있는 형국이다.


각설하고 우리 부부는 매월 스토리지통장에 월급을 모으고, 이 통장을 통해 생활비와 투자비, 대출, 용돈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살고 있다. 각자가 누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족하며,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는 상태! 20만 원으로 흔들리지 않고 잘살고 있었거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나는 갈대처럼 용돈의 적정선이 흔들렸다.


이 세상의 모든 다른 방식의 삶들이여, 절 흔들지 마세요! 우리 잘 살고 있다고요! (쩌렁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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