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맨발이 화장실 타일에 그대로 닿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장실은 매번 기분 좋고 안락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조였다. 그렇기에 신혼집을 꾸밀 때 화장실에 맨발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반 건조식으로 꾸미자고 남편에게 제안했다. 남편은 별다른 주관은 없어 보였다. 다만 남편은 화장실 조명이 주광색이면 좋겠다고 했다. 중요한 것을 취하고, 덜 중요한 것은 내어주자는 아름다운 관점에서 서로의 합의는 이루어졌다.
처음 집을 꾸미는 이들이 으레 그렇듯 나 또한 <오늘의 집>을 몇 달이고 들여다보며 공간 레퍼런스를 모았다. 우리의 좁디좁은 화장실을 위해 조립용 나무 타일을 주문해 공간 크기에 맞춰 일일이 잘라 맞춰 넣었다. 어느새 나의 프로젝트에 몰입하게 된 남편은 레몬 오일을 구해 와 나무 사이사이마다 칠을 해 윤을 내기까지 했다. 나무 블록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과 모서리에는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흰 자갈 한 포대를 사 와서 채워 넣었다. 바닥에는 선인장까지 두어 자연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아름다운 반 건조식 화장실은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앉아서 일을 보았기에 어떠한 오염 요소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두 달이 지나자 점점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들어간 머리카락은 청소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흰 자갈에 물이 조금이라도 튀기면 나중에 곰팡이가 끼일 우려가 있어 그때그때 닦아줘야만 했다. 좁디좁은 화장실에서 유지보수 업무는 늘어만 갔다. 건조식을 선택했던 이유가 아름다움과 관리의 편리성이었는데 분명 이상과 멀어지고 있었다.
다시금 내 화장실 신조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화장실은 매번 기분 좋고 안락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관리가 편해야 한다.”
나무 블록과 흰 자갈을 모두 제거하고, 언제든 청소하기 쉽도록 가벼운 스티로폼 판을 깔아 놓았다. 화장실이 심플해지니 관리할 것도 적어지고 청소에 대한 압박감도 훨씬 줄어들었다. 집에 방문한 지인들이 예전 화장실이 예뻤다고 하면서 “예전 그 컨셉 어디 갔어?”라고 묻기도 하면 그저 웃을 뿐이다. 역시 인간은 경험의 실패와 오류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