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리 May 10. 2024

결혼 전에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나는 사회 초년생 때부터 나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데 집중했다.


첫 직장에 다닐 때, 그러니까 인턴 시절 내 월급은 200만 원 남짓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에 다녔는데 사람들의 옷매무새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공작새들을 의인화하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개성들이 강했다. 대화의 화두는 주로 패션에 대한 얘기였다.


이 가방 '고야드' 아니야? 이거 요즘 핫한데.


프라이탁! 역시 아는 사람이야


고속버스터미널에 즐비하게 늘어선 옷가게에서 저렴한 옷을 사 입던 나와 그들은 달랐다. 매일 전혀 알 리 없는 명품을 입고 와 서로 알아봐 주는 선배들. 그 선배를 보며 '나도 가난하게 크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작아질까?' 생각했다. 그렇게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모르던 명품에 대해 알아갔다. 당시 인턴과 대외 활동을 통해 번 돈이 모이면 '그들'이 알아봐 줄 고가품을 하나씩 사고는 했다.


피부 관리도 중심 과제 중 하나였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피부를 잘 관리해야 나중에 돈이 덜 든다'며 중학교 시절부터 가끔 피부관리실에 데려가셨다. 외할머니부터 집안 내력으로 피부가 좋은 편이지만, 관리하는 사람은 못 이긴다며 스무 살부터 피부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 외에도 나의 이십대 시절 노트는 나에 대한 다양한 투자 경험들로 빼곡히 차 있다.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1년 멤버십을 끊어놓고 맘껏 배웠다. 외모로 인한 자존감도 남들보다 높았던 시절이었다(하하) 부동산과 주식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나의 투자 활동은 마음이 참 편했다.


하지만 결혼을 한 현재,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많이 변했다.


나보다 외모에 대한 투자를 더욱 아끼는 남편의 옷이 조금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미용이나 피부 클리닉에서 1년 멤버십을 끊는 일은 아예 없다. 소비보다 빚이 신경 쓰인다. 하지만 이런 작아진 씀씀이도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건 다 결혼 전 나 스스로 이미 누려봤던 경험의 축적 덕이다.


내 이야기의 주제는 감히 올바른 투자를 이야기함이 아니다. 다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살짝 과감하게 '나를 위해 써보라'는 응원의 글을 쓰고 싶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떻게 나를 빛나게 하고 싶은지, 자기 선택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을 충분히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다 이런 경험이 있어봐야 나중에 아낄 때에도 그 기간을 잘 받아들이고 남과의 비교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한 현실을 살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나에 대한 투자를 할 때에도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내가 진정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기를.


하지만 기혼자인 나에게는 하루 빨리 경제적 여유가 차고 넘치면 좋겠다는 염원을 마음 켠에 품어본다.

이전 06화 용돈은 얼마가 적당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