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부터 직통 번호까지 받았지만 수화기 뒤의 사람은 도무지 답을 할 기미가 안 보였다. 이메일도 보내봤지만 묵묵부답도 여전히. 그 사이 부동산에 여러번 보일러 회사와 연결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남겼고, 결국 다른 곳을 소개받기까지했다. 그러나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평점은 이전에 소개해준 곳이 훨씬 더 좋고.
이럴때 방법은 딱 하나다. 마음을 정했으면 찾아가던지, 받을 때 까지 연락하던지. 마음을 정하고 부동산으로 부터 받은 두개의 직통번호도 내려놓고 고객센터에 아침 부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안 받으면 받을 때 까지 전화를 걸리라! 하는 마음이었는데 어째 벨소리가 세번이 울리기도 전에 연결이 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피곤하고 심드렁한 목소리가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있다니. 숨쉬기도 귀찮다는 그 목소리에 '안녕- 나는 어디사는 누구고, 부동산에서 너희 연락처를 받았어.' 라고 기쁘게 대답했다.
그녀는 정말로 아침부터 전화를 받기 싫은 눈치였다
"어 그래, 그래서?"
"어, 보일러 점검이 필요한 것 같아서, 우리 집 상황이-"
블라블라 하며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그녀가 아주 차갑게 말을 끊어냈다.
"우리 지금 예약이 많고 너무 바빠. 안될거 같은데"
"그렇구나, 근데 저번주에 내가 보낸 이메일에 답장이 없어서 계속 기다렸거든."
"언제?"
저번주 언젠가야. 이름까지 알려주고 그녀가 내 이메일의 행방을 찾는 동안 일하기 싦음을 감정적으로 드러내도 되는 사회 구조에 대해서 곰곰히 고찰해봤다. 그러다 곧 친절은 무슨, 일이나 제대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었지만.
구구절절하게 써 놓은 이메일을 발견했는지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진 상담원이 수화기 너머에서 나를 불렀다.
"아하, 이해했어. 그 부동산이 관리하는 집이구나?"
"맞아 내가 그걸 이야기 하고 싶었어. 사실 담당자 두명에게도 이미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고."
"아, 걔들 둘 다 지금 휴가야. 음, 내일은 어때?"
예약이 많았지만 갑작스레 빈 자리가 생긴걸까. 일하는 시간과 그들의 빈 자리를 끼워맞추며 통화가 끝났다. 일주일 뒤에 찾아오기로 한 테크니커들을 기다리며 이 글을 썼다.
독일 집에서 겨울 맞이를 한다면, 당장 하이쭝을 확인해보길.. 매년 받아야 하는 점검을 미룬다면 골치아파질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점검 비용은 월말정산에서 어느정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니 미루지 말고 점검 신청을 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