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의 중심에서 아아악
아파트라면 응당 어쩔 수 없는 일 일것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심지어 독일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연식이 말도 안되게 오래된 구축들이니 층간 소음은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기숙사에 살던 학생시절을 지나 어엿한 사회인이 된 지금, 좀 더 어른스럽게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왜냐! 주말이면 온통 내 천장을 부숴놓을 듯이 드릴질 하는 소리와 망치소리가 울려퍼졌기 떄문에. 심지어 얼마나 성실한지 아침 7시부터 우웅, 우웅 하는 기계 예열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내 주말을 망치러 온 나의 이웃, 우리집의 파괴자..
독일은 정말 노후된 아파트가 많다. 요즘들어 신축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새집은 항상 실 평수가 작고 가격은 비싸다. 심지어 가구까지 들어있는 풀옵션이라면 월세로 빠지는 돈은 한화로 100만원은 호가한다. 그러니 여러모로 경제적인 방법으로는 집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구축으로 가서 요모조모 가구도 사들이고 끙끙 조립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렇게 소중하게 구한 우리집. 5층짜리 건물이다. 한층에 두 가구씩 거주하고 독일인이 대부분이지만 약간의 외국인도 섞여 살고 있다. 이 아파트에 처음 들어왔을 때 환영한다면서 우리 아파트 왓챕그룹에 초대도 받았다. 새로 이사온 사람이라며 인사하자 각각 자기소개를 하며 환영해주는 분위기에 화기애애함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동물거주가 허용된 아파트라 이 집 저집 귀여운 댕댕이들과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즐거움중에 하나였고. 귀여운 애기가 으엥- 하는 소리가 종종 복도에 울려퍼지는 것도 귀여운 요소 중의 하나였다. 지하실에 나만의 창고(모든 세대에게 창고가 하나씩 주어진다)가 있는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었고.
그렇게 어언 9개월을 살았을 무렵이었다. 종종 아침에 출근하는 이들이 '우당탕탕'뛰어내려가는 소리가 침실에서 선명하게 들린다던가, 밤 11시가 넘어 신나는 밤을 보낸 친구들이 그만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떠들며 계단을 오른다던가, 강아지들이 물고 놀았던 나뭇가지들이 흩뿌려져 있는 것같은 정말 사소한 문제들을 넘어선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은 아랫집에 새로 이사들어온 친구가 신나는 음악을 틀고 싶어한다는 것과 그 친구의 신나는 시간이 시간을 불문하고 우리집도 파티 분위기로 만드는 일이었다. 거실에 앉아 햇빛을 누리는 고요한 점심시간 "빰!' 하며 파티의 시작을 알린 그는 무아지경의 음악속에서 거의 두시간을 즐겼다. 초대받은 적 없는 파티에 억지로 참여하게 된 나는 귀를 막아보려 청소기도 돌려보고 다른 방으로 피신을 가보기도 했지만, 어림도 없지. 한번 시작된 파티가 끝이 날 때 까지 음악은 쿵쿵 울려퍼졌다.
그런가 하면 종종 저녁에 흥이 오르는 날도 있는지 "빰!'하며 울리는 이국적인 음악은 종종 해질녘에도 울려퍼졌다. 나만 모르는 건물 전체 파티인가 싶을 정도로 대문을 열어보면 온 아파트를 쿵쿵 울리는, 클럽을 방불케 하는 곳을 바꾸어주었다.
아아,, 알고싶지 않은 내 이웃의 사생활과 그의 음악취향.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얼굴도 채 모르는 친구의 플레이리스트를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왓챕에 초대되기를 거부했는지 새로 이사왔다는 인사도 없어 개인적으로 메세지도 전할수가 없었다. 가끔 항의의 표시로 노래가 시작될 무렵 바닥을 쿵쿵 두둘겨보기도 하고 나도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보기도 했지만 재풀에 지쳐 나가떨어졌다.
어느날부터 더욱 선명하게 들리던 노랫소리와 반주소리. 드럼소리. 더 좋은 스피커를 구매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 아랫층에 사는 사람은 왜 아무말이 없을까, 내가 예민할 것일까 온갖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어느날 정말 소리치고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왜!!! 내가 참아야 해!!!
저렇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데, 저렇게 집안을 꽝꽝 울리게 음악을 트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꼭 참아야 할까? 이야기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몇번인지 샐 수도 없이 응한적도 없는 리스닝 파티에 끌려가던 어느날, 결심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 무슨 수를 써야지.
*독일 생활 팁
보통 건물에서 12-15시는 점심시간이자 조용히 해야할 의무가 있는 시간입니다. 세탁기 청소기등은 그 시간을 피해서 사용하는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