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찍 야옹야옹 멍멍
요즘 이런 류의 제목이 유행인 것 같아서 따라해봤다. 하하. 하지만 이메일을 쓸 때 항상 제목에 용건을 적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밀당을 양 껏 하는 제목을 쥐어짜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여튼 각설하고, 오늘의 이야기 출발!
날씨가 추워지다보니 길에 사는 보송보송 털 동물들이 눈에 밟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가끔 그런 동물 친구들 챙겨주려고 전용 간식을 챙겨서 다닌다는 말도 솔찬히 들어보았고. 그런 너른 마음과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 중에 독일 행을 선택한 이들은 커뮤니티에 이런 질문을 올린다.
"매일매일 눈에 띄는 애가 있어요. 같은 시간에 여길 지나다는 걸 보는데 건강상태도 양호해 보이고, 관리도 되는 것 같아요. 신고해야 하나요? 간식 줘도 되나요? 찾아주겠다고 연락해도 될까요?"
그럼 백이면 백 이런 답글이 달린다.
"지금 그 친구는 산책중일거에요.""본인이 알아서 집으로 돌아갈 거에요." "걱정마세요.".
그렇다. 여기는 독일.
길고양이가 (거의) 없는 나라!
여유롭게 길을 따라 산책하는 고양이들을 가끔 만난다. 슬쩍 다가오기도 했다가, 슬쩍 멀어지기도 했다가. 그러다 뭔가 심기가 뒤틀리면 우다다다 달려가서 어느 집으로 쏙 들어간다. 어떻게 이 수 많은 집들 사이에서 본인이 사는 곳을 잘도 찾아가는지 대단하다. 아마 한국처럼 높은 아파트가 많지 않고, 대부분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나 낮은 빌라가 주 주거지역이다보니 각각의 특색이 있는 건물이라 구분이 좀 더 용이하기도 한 모양이다.
한국처럼 인구밀집도가 높지 않으니 그만큼 유동인구도 적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털동물들을 온전히 신뢰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 만약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산책을 즐기는 고양이로 만들지 않는 것이 정석일 것 같다.
강아지의 경우는 좀 다르다. 혼자 멀뚱히 서 있거나, 어디에도 주인이 보이지 않다면 사람들이 쉽사리 지나치치 않고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 아주 애를 쓴다. 강아지를 기르려면 세금을 내야하고, 그만크므이 책임 비용이 필요로 하는 나라라서 강아지 혼자 신나게 산책하는 경우는 없다. 종종 목줄을 푼 강아지도 보이지만 한 걸음 정도 앞 뒤로 주인이 반드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어느날은 신나게 장을 보러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귀여운 털뭉치가 와다다다 달려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너는 어디서 왔니?" 하면서 쪼그리고 앉아 목줄을 살펴보려는데 지나가는 이들이 말을 걸었다.
"너무 귀엽다! 얘는 이름이 뭐야?"
"엄.. 몰라. 내 강아지가 아니거든"
그 순간 커플의 눈빛이 변했다. 어머어머! 하면서 언제 발견했는지, 어디서 발견했는지. 등등을 심각하게 물어보았다.
"내가 신고할까? 아니면 너가 주인을 위해 여기서 좀 더 기다릴거니?"
어딘가로 이동중이었던게 분명했던 커플은 마냥 신난 아기 강자지와 길가에 앉아있을 수 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연신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신고에 대한 의사를 나에게 물었다.
"음. 나는 좀 더 시간이 있으니까 내가 좀 더 찾아볼게. 그러고 신고를 하던지."
"그래! 행운을 빌어"
뒤돌아서 한참을 걸어가면서도 걱정이 되는지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자아 이제 어쩐담.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이 강아지는 그저 신나서 폴짝거리고 있고.
크게 기대 없이 '이리와!'하고 말하자 강아지는 산책좀 다녀봤다는 듯 얼른 내옆으로 호로록 달려와서 착 앉았다. 훈련도 꽤나 잘 되어 있고, 털도 반짝반짝 윤기가 나고. 어디선가 주인을 놓친 모양인데.
"집!"
혹시나 하는 마음이 되어 독일어로 '집!'하고 외쳐보았다. 두어번은 들은 척도 안하고 말똥말똥 나를 바라보기만 하더니 한번 더 이야기 하자 근처에 있는 빌라의 입구로 우다다 달려갔다.
"여기기 너네 집이야?"
되돌아 오지 않을 질문을 던지며 대문께에 있는 이름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떤 이름을 눌러서 혹시 이 강아지의 소재를 아는지 물어볼까. 잠시 고민을 하는데 대문 안쪽에서 세상에서 제일 급한 발소리가 우당탕탕 들려왔다.
문이 벌컥 열릴 것을 대비해서 강아지를 데리고 약간 뒤로 물러서니 문이 벌컥 열리면서 산발의 노신사가 나타났다!
"아가야!!"
"!!!!"
바람처럼 문이 열렸고, 나와 노신사는 약간의 대치 , 그리고 아기 강아지만 헥헥헥헥 하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이 강아지 주인이세요?"
"오 맞아요!!!"
그가 얼음처럼 굳어있길래 말을 건네자 그가 무너지듯 주저 앉으며 강아지를 껴안았다. 그의 손에 들린것은 헐거워서 풀어진 손잡이였다. 아하. 목줄이 풀린건가?
"내가 이 강아지를 데려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항상 하던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너무 가벼워서 돌아보니 강아지는 없고 나만 집에 들어왔더라고요! 처음엔 집에 있는 줄 알고 온 집안을 다 뒤졌어요!"
"언제 데려왔어요?"
"이제 삼일째에요. 내가 아직 이 꼬맹이와 함꼐하는 일상이 익숙하지 않아요. 얘를 데리고 있어줘서 고마워요. 오래 기다렸나요?"
"아뇨, 한 사십분쯤?"
"오 맙소사."
노신사는 정말 미친듯이 집을 뒤지다 나온 사람같았다. 어찌나 놀랬는지 한 손에는 목줄을 꼭 쥐고 있었고, 그 손은 이미 빨갛게 부어있었다. 주인이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강아지가 아저씨를 보자마자 와락 안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볼 떄는 그저 헥헥헥헥 하며 신나하기만 하더니 주인을 만나자 아주 온 몸으로 안겨대는 것이었다. 삼일만에 저런 신뢰를 쌓는 사람이라니. 아주 사랑만 주면서 키울 것이 분명했다.
여튼 그렇게 안녕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노신사는 내가 한 불럭을 벗어날 때 까지 안녕안녕 하며 강아지와 함께 배웅을 해 주다가 집 안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건물 대문을 열고 강아지부터 들여보내는 것을 확실히 확인하고 나도 가던 길을 재촉했다.
길에 있는 모든 털복숭이들이 따듯한 집이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 괜히 히히 웃음이 났다. 물론 여기저기 산발되어 찍찍거리는 쥐들은 딱히 주인이 없겠지만.
오늘의 독일 생활 팁!
1. 길에 있는 고양이는 대부분 주인이 있다. 알아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니 걱정 노노
2. 길에 있는 강아지는 주인이 있을 것이다.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신고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