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는 아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면
아이는 꼭 내 주변을 돈다.
어슬렁어슬렁.
문득 문득.
열린 방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괜히 의자를 건드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라진다.
나는 화면을 보고 있고,
아이는 나를 보고 있다.
왜 저렇게 신호를 보내나 싶어
등 뒤로 다가온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괜히 마음이 쿵 내려앉아
“뭔데?”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야.
그냥 엄마 안아주러 왔어.”
그 말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를 꽉 끌어안으며 생각했다.
아이도 게임을 하니까,
나는 일을 하니까,
서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편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을
따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노트북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아이는 그 옆에서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오늘은 뭐 하고 놀까?”
내가 묻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배게싸움!”
그래, 오늘은 배게싸움이다.
일도 아니고, 일정도 아니고,
미루는 일도 없는
온전히 아이의 시간.
아이 는 갑자기 재롱을 피우고
괜히 넘어지고
괜히 웃긴 얼굴을 한다.
외롭지 않게,
틈이 생기지 않게
스스로를 바쁘게 만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알게 되었다.
외롭지 않게 해주던 아이를
정작 외롭게 두고 있었던 건
나였다는 걸.
배게가 날아오고
웃음이 터지고
아이의 얼굴이 빨개진다.
오늘은
일보다 중요한 약속을 지켰다.
배게싸움 하나로
하루를 다시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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