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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변만화 Dec 07. 2024

#4 신의 꿈_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아이

아이와 은둔자의 시간


感喜
감희
독자 여러분의 즐거운 감상을 위해
앞전 연재부터 순서대로 읽으실 것을 추천하여 봅니다.
 감히^-^





1부 4장

아이와 페이든의 시간



그 세계의 칠일 간의 비가 그치고,

팔 일재의 단 하루 맑은 날에만 만날 수 있는 아이와 페이든은 


마치 어제도 함께 한 친구처럼 편안해 보였다.

아이는 집으로 들어가기 전, 들장미 덩굴로 종종이 뛰어가 꽃들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집안으로 들어갔다.

차갑고 매끄러운 꽃잎들이 아이 손끝에 닿아 흔들거렸다.


페이든이 가꾸는 꽃들 중, 들장미는 유일하게 가시가 있었지만, 남에 집 담벼락에 핀 들장미 덩굴을 부러워 탐내하던 아이를 위해 그는 들장미를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가꿨다.


처음으로 들장미 한 송이를 아이에게 보여주던 날, 그는 아이에게 당부했었다. 언젠가 저 세계에서 들었던 장미가시에 찔려 죽은 사람의 이야기가 그를 불안하게 했기 때문이다.


“아이야, 가시가 있는 꽃은 손으로 만지거나 꺾으면 안 된단다. 가시는 꽃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거야.

그러니 가시가 있는 꽃과 나무를 보면 눈으로만 인사 하렴?”


그의 말에 아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아이에게는 위험하거나 아프단 말보다도 꽃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더 이해하고 조심하기 쉬웠다.

그리고 다행히 지금껏 단 한 번도 그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집안으로 들어온 아이는 그가 받아 둔 물에 제일 먼저 손을 씻었다. 서툰 아이의 손에서 물이 떨어졌지만 그는 아이가 기특했다.


그가 아이의 가방을 받은 뒤, 손을 씻고 목마른 아이를 위해 마실 것을 먼저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분주해 지자 지겹도록 적막한 집 안에도 행복한 분주함이 따라 움직였다.


아이는 그가 건넨 큰 컵을 두 손에 모아 든 채 꿀꺽꿀꺽 마시고는 뭐가 그리 급한지 입을 오물거렸다.


“아저씨! 피아노와 노래는 대단했는데요!”


아이는 이곳에 오기 전 사람들의 핀잔과 냉대로 주눅이 들었던 두서없는 얘기들을 주눅 들지 않고 다시금 말하고 있었다. 마치 운 적도 없고 외로웠던 적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내 안의 것들을 이처럼 두려움과 의심 없이 있는 그대로 흘려보낼 수 있는 그만한 믿음과 용기를 주는 일지도 모른다.


그가 아이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쌍둥이들이 만든 소리는 대단했는데요!”


“음악을 들었나 보구나.”


“네! 근데 하마터면 아까는 길을 잃고...”


아이는 그가 만들어준 주스가 정말로, 정말로 맛있는지 하던 말을 멈추고는 다시 꿀꺽꿀꺽 마셨다.

때문에 아이는 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아이의 입가를 소매 끝으로 닦아주며 웃었다.


“오늘은 내 친구가 소풍을 온 날이니 특별히 새로 알게 된 요리를 해야겠구나!”


그렇게 말하며 그는 아이에게 아까시 꽃과 무화과를 보여 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하늘색 소풍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아이가 내민 손에는 검붉은 오디가 담겨 있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그를 따라 웃었다.


아이는 자신이 아끼는 가방에 검붉은 오디물이 들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좋아! 그럼 우리 이걸 반은 남겨 후식으로 먹고, 나머지는 내가 할 요리에 넣어줘야겠구나!”


사실 아이는 어떤 음식이라도 정말, 정말 맛있게 먹었을 거다. 그는 입술에는 당근 즙이, 손과 볼에는 검붉은 오디물이 든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친구가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고 든든하단다!”


“아저씨! 저도 친구가 있어서 정말로 좋아요. 든든한 것 같아요!”


 그가 웃었다.


“든든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니?”


“음... 아무튼 든든한 거예요! 좋은 거예요!”


그는 이미 다 씻은 채소와 과일을 물에 담근 채 잠시 창밖을 보았다.


“아이야, 근데 나는 사실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야.”


 아이가 동그란 눈을 뜨고  오디를 오물거리며 말했다.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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