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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시카 Jun 08. 2023

이탈리아 워홀 인터뷰 잘 보는 방법

쫄지 마세요. 할 수 있어요!

밴쿠버 주재 이탈리아 총영사관이 작년 여름쯤에 이사를 했다. 

전(공식 페이스북)과 후. 너무 달라진 모습... 너무 초라해져서 보는 내가 다 슬프다.

바뀐 주소: Suite 840 - 1140 West Pender Street, Vancouver BC - V6E 4G1 (Canada)


구글에 쳐보면 알겠지만 후기가 어마무시하다. 2점 후반 때의 수두룩한 리뷰들 때문에 아주 많이 쫄았었다. 근데 생각보다 훨씬 친절하고 답변도 빨랐다. 


문의할 때 주의할 점:

1.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싶어 대충 두리뭉실하게 질문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웹사이트에 있는 정보만 복사 붙여 넣기 해서 답장해 준다.)

2. 모르겠거나 헷갈리는 문제는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그런지 설명한다.

3. 어떤 부분인지도 모르겠다면, 차라리 틀리게 얘기해서 최소한 "예, 아니요"라고 답변을 받자.

4. 전화 문의보다는 이메일로 문의 보내는 게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메일 주소: visa.vancouver@esteri.it (당연히 영문이나 이탈리아어로 써야 한다.)

    **당연히 이메일도 비즈니스 이메일에서 쓰는 것처럼 규칙에 맞춰 써야 한다**

5. 어쩔 수 없이 전화해야 한다면 보통 아침에 전화해야 딜레이 거의 없이 바로 문의할 수 있다. (근데 정말 비추천한다. 일반적인 질문이 아니라면, 웹사이트를 보라고 하거나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고 뱅뱅 돌릴 수 있다.)


인터뷰할 때 주의할 점:

1. 인터뷰 시간에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나 말고도 다른 중국인 모녀는 밖에서 기다리라는 걸 무시하고 굳이 30분, 10분, 5분씩 더 일찍 들어가려다 한 소리 들었다.) 

2. 모든 문서는 요구 시에 바로 줄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둬야 한다.

3. 인터뷰 컨펌 된 종이는 꼭 뽑아서 가자. 오자마자 제출하는 서류이다.

3. 한 번 제출 한 서류는 다시 받을 수 없다. 여권도 마찬가지. 비자 픽업하러 올 때서야 비자 카드가 찍힌 여권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전에 서류를 복사해 달라던가 제출한 서류를 다시 달라던가 하는 요청을 수 도 없이 받았었나 보다. 오피스 들어가면 경고문에 요청하지 말라고 쓰여있다..)

4. 인터뷰의 질문만 들어보면, 초등학생도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쉽다. (당연히 영어로 얘기했다.) 제출하는 서류의 진위여부의 목적으로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거짓으로 꾸며낸 것 같지 않도록 바로바로 정확하게 답변해야 한다. 

5. 당시 인터뷰 한 번 보는 데 캐나다 현금으로 160불이었다. (카드, 개인 체크 불가)

    가격은 항시 변동할 수 있으니, 이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가자. 

https://consvancouver.esteri.it/consolato_vancouver/en/in_linea_con_utente/modulistica

Forms > First quarter 2023 fees > Visti: Long Stay Visa - D (Over 90 days) 


인터뷰 당일.


나는 밴쿠버 주재 이탈리아 총영사관을 난생처음 가봤으므로 몇 시간 일찍 출발했다. 1시간 전에 미리 건물에 도착해서 위치 파악 후에 로비에서 인터뷰 준비를 했다. 


30분 정도를 혼자 예상 질문에 답변하다가 미리 가면 더 낫겠지 싶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노크를 해야 되나 벨을 눌러야 헷갈렸는데. 노크할 땐 조용하더니, 벨을 누르고 나니까 그제야 친절하게 무슨 용건이냐 물어본다. '나는 누구고 몇 시 몇 분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 인터뷰가 있어서 왔다'라고 얘기하니 '너 인터뷰 시간보다 30분 일찍 왔어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와.'


순간 당황했다. 보통 캐나다에서 인터뷰 보러 오면 기본으로 15분 정도 더 일찍 오는 게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로비로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정각에 벨을 다시 눌렀다. 그제야 들여보내 준다.


문이 열리자마자 인사하고 지정된 창구로 가서 바로 인터뷰 시작했다. 인터뷰를 컨펌했다는 종이를 일단 제출한 뒤, 내 여권을 제출하니, 담당 사무관이 모든 문서는 한 번에 달라고 얘기했다. (다른 블로거도 언급했었는데, 이런 이유로 서류는 꼭 정리해서 가길 바란다.)


인터뷰 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질문 하나하나 상세하게 기억하지 않지만 대략 다음과 같았다.


"왜 인터뷰를 하러 왔는가?"

"워킹 홀리데이 비자 신청하러 왔다."


"왜 이탈리아로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싶은가?"

"더 많은 이탈리아 도시를 오랫동안 천천히 구경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수! 내가 이탈리아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남자친구랑 같이 지낼 것이라고 얘기했으나, 사무관이 경직된 얼굴로 이탈리아에 워킹 홀리데이를 가는 이유가 여행 때문이냐고 다시 물어봤다. 다행히 기회를 한 번 더 줘서 그렇다고 말하니 그제야 풀어지는 얼굴. 휴- 십 년 감수했다.)


"남자친구도 같이 가는가? 제출한 서류에는 그런 설명이 없는데?" (비자 신청은 본인만 가능하다.)

"아니, 남자친구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그는 이미 이탈리아에 있고 내가 그쪽으로 여행 가는 것이다."


여기서 사무관도 나폴리 출신이라 다행히 인터뷰가 더 잘 풀렸다. 본인도 나폴리 대학을 다녔다면서 아주 좋아했다. (이탈리아는 지역적 색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이런 연결점이 있으면 대화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어떤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가?"

"저번에는 나폴리와 로마만 있었다. 이번에는 밀라노, 베니스, 투스카니 등 더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면서 곤돌라도 타보고 와인 투어도 해보고 역사적인 건물도 보고 싶다." (최소한의 리서치라도 했다고 알려주기 위해 유명한 도시 및 액티비티들을 나열했었다.) 


이렇게 답하면, 이제 함정 같은 까다로운 질문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여러 군데에서 지낼 생각이니?"


정답은 "아니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그때마다 숙소를 바꿀 거라고 해버리면 거처가 확실하지 않게 되므로, 단지 비자 인터뷰뿐만 아니라 나중에 존재 신고서(dichiarazione di presenza)나 소죠르노(거주 허가증) 인터뷰 때도 거부당할 수 있다. 나는 '한 지역에서 1년 동안 지낼 생각이고, 다른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휴가로 며칠이나 길어야 2-3주로 다녀올 계획이다.'라고 답변해서 통과했었다. 


이때 제출했던 게 2-4주 정도의 숙박 (비자용) 영수증이다. 저번 글에도 언급했다시피 최근에는 영수증 제출은 의무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증거를 보여 줘야 더 원활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가본 적이 있는가?"

"2021년에 3달 정도 주로 나폴리에 관광 목적으로 다녀왔었다." 


"이탈리어를 할 줄 아는가?"

"Poco poco (조금조금)"  (다시 한번 사무관의 함박웃음)


그 후에는 제출 한 서류를 하나하나 상세하게 확인하면서 "네/아니요"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을 쭉 했었고, 마지막으로 재정 증빙 서류만 제출하면 됐었다.


나는 자신 없어하는 목소리로 "은행에서 집에서도 프린트할 수 있다길래 있는 거 다 뽑아봤는데. 이거 맞을까..?" 물어봤다.


다시 굳어지는 사무관의 얼굴. 잠깐 기다려보라 한 뒤 다른 사무관과 긴급하게 대화한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 날 실패하면 이번 연도 인터뷰 티켓이 끝났기 때문에,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여태까지 다 예약해 둔 것도 다 취소하고. 고통스러운 롱디도 1년을 더 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두 명 다 나의 울상인 얼굴을 보더니 진지하게 "아직 여기 영사관도 시간 남았고 근처에 네 은행도 있으니까 문 닫기 전에 공증받은 재정 증빙 서류 가져올 수 있겠니?"라고 하며 다행스럽게도 기회를 한 번 더 줬다. 


나는 "물론이지" 라며 사무관의 허락 하에 거의 날다시피 갔다 왔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시간이 크게 지체되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되돌아와서 당당하게 "여기 네가 요구한 자료! 페이지마다 도장도 다 찍어 달라고 했어."


빙그레 웃는 사무관이 합격했다는 종이와 함께 일주일 정도 뒤에 여권과 비자 가지러 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나는 90도로 인사하며 Grazie Mille를 연신 외치며 영사관을 나왔다. 


참고로 여권 다시 가지러 갈 때도 비슷하다. 비자 인터뷰처럼 예약이 없는 대신, 일정 기간 이후에 정해진 요일 및 시간 내에 방문하라고 설명해 준다. 이때 주는 종이는 여권 가지러 갈 때 다시 보여줘야 하니 잘 간직하자. 총영사관에 다시 방문하면 사무관이 여권을 건네주면서 비자에 적혀있는 본인 성명과 비자 번호 및 개인 정보가 맞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하라고 시간을 준다.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는지 꼼꼼히 검토한 뒤에 맞다고 확인해 주면, (시간이 넉넉한 친절한 사무관이면) 마지막으로 질문이 있냐고 물어본다. 비자 발급 이후에 이탈리아 입국이라던지 소죠르노에 대해 물어봐도 되지만, 총영사관에서 비자 발급 이후의 일은 책임이 없다. 그러므로 참고만 하는 게 본인에게 이롭다.


어쨌든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준 남자친구한테 나오자마자 통화를 하면서 자축의 의미로 피자 한 판을 먹었다. 당연히 이탈리아 피자보다는 맛없었지만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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