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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치노매드 Nov 08. 2022

83인데 MZ라뇨?

90년생, 00년생들이 같이 엮이기 싫어합니다

82년생 김지영.

몇 년 전 나온 책 하나가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서 제작된 영화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우리 또래의 이야기를 조명한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무척 반가웠다. 그래 우리 속을 좀 알아주려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곧잘 책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와 나눌 소재가 늘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얼른 책을 구해 읽었다.


"야, 그거 읽어 봤어?"

"어."

"어땠어?"

"어.. 잘 썼던데?"


우리는 여느 때처럼 신나게 작가와 글에 빠져들어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래 그랬네'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기대가 크면 아쉬움도 크다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우리 얘기는 없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의 키워드를 찾기는 어려웠다. 하루는 빠르게 한 해는 더 빨리 흘러가며 어느 덧 마흔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매스컴에 MZ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었다. MZ세대들이 온다며 기사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생각과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누구인지 알아보니 자그마치 80년대 생들부터 포함하는 단어였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때였다. 90년대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MZ는 80년대와 9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래요. 우린 같은 세대인가봐요. ' 라며 가볍게 말했다. 그 때 90년생 직원의 똥씹은 표정을 보았다.


‘뭔 소리니. 내가 왜 너랑 같은 세대니. 너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 훨씬.’

이라고 분명 눈으로 욕하고 있었다.


남편은 집에서 종종 90년생들과 일하기 힘들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 때마다 나는 말했다.

"여보, 이 사람들하고 잘 지내야 돼. 여보는 나이 드신 분들 하고는 잘 지내잖아. 그래서 지금까지 회사 생활 한거야. 앞으로는 나이 어린 직원들이랑 잘 지내야 돼. 그래야 사회 생활 오래할 수 있어. 앞으로는 이 사람들 세상이야."

라고 말하는 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의 시대는 언제일까.

이미 지나간 건가?


낀세대


그나마 80년생 들을 조명하면서 쓰는 표현이었다. 따지고 보면 80년생은 시대의 전환점 언저리에 걸쳐 있었다. 국민학교를 내리 6년 다녔는데 우리가 졸업하니 초등학교로 바뀌어 있었다. 이듬해 받은 졸업 앨범에는 ‘OO 초등학교’ 라고 씌여 있었다. 그동안 나 초등학교 다녔던 거야?


무시험전형으로 대학 간다고 설왕설래하다가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세대이기도 하다. 불수능을 본 60만 고3 현역들이 재수를 생각하던 이듬해, 2002년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라는 국가적 이벤트가 있었다.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은 이렇게 소리 없이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80년생들이 졸업할 무렵부터 8학기 졸업을 미루고 9학기를 수강하는 취업재수생들이 생겨났다.


90년생은 알아주어도 80년생을 조명한 기억은 드물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기성 꼰대들을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거야.

가정과 사회에서 꼰대들을 이해하고 어울리며 사는 법을 배웠고 우리 중 일부는 이미 꼰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꼰대로 자리잡고 싶은 시점에 세상은 갑자기 확 변해 버렸다.


코로나를 평가하면서 사람들은 말했다. 코로나가 미래를 5년 당겨왔다고. 한편으론 80년대 생들은 이미 그려진 미래였던 5년을 순삭 당했다.


잘 나가는 유튜버가,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가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 부럽지 않게 훨씬 많은 돈을 번다. 심지어는 출근도 하지 않고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말이다. 웹2.0 시대에 빠르게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전환한 젊은 후배는 우리의 길을 뒤따르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기 시작했다.


사십대에 접어들면서 연차도 어느 정도 쌓이고 회사에서도 관리자급으로 성장하는 이 순간 밀레니얼 세대는 다시금 출발선 상에 있는 기분이다.


80년생 어디 있는거지? 다들 뭐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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