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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치노매드 Oct 17. 2023

그렇게 빼고 싶던 2킬로

쥐도 새도 모르게 살 빼는 방법

챗GPT에게 묻는다


이 말을 따르자면 군살은 누구에게나 있다. 마른 사람이거나 몸집이 있는 사람이거나 젊거나 나이가 있거나.


남자친구는 남편이 된 어느 순간부터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두 자릿수 넘게 몸이 불었다. 종종 혹은 새해가 되면 그는 말했다.

“잘 봐둬. 이런 내 모습을 보는 게 마지막일 테니.”


하는 말을 십 년 넘게 듣고 있다. 비단 남편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나의 고민거리 역시  ‘딱 2킬로그램만 더 뺐으면 좋겠는데’였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시작되는 하루처럼, 군살은 매일 마주해야 하는 숙제였다.


‘일이 바빠서, 애들 키우느라’와 같은 그럴듯한 핑계로 미뤄왔던 해묵은 세월을 과감히 떠나보내고 ‘오늘부터 1일’이라며 시작한 달리기는 며칠 만에 호되게 넘어지는 바람에 개점휴업 상태가 되었다.


틈틈이 물리치료를 받으며 일상을 이어갔다. 바람에 서늘한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 어느 날,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몸무게가 줄어 있었다. 딱 2킬로그램. 이후로 더 빠지지도 않았다.


왜 줄었지? 특별히 한 것은 없었다. 운동은 평소보다 못했고 일상도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 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회사 가고 일하고 퇴근하고 아이들 챙기고 잠이 드는 일상 이게 전부다.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빠졌다고 말하는 걸 보면 빠지긴 한 것 같은데 도무지 삶에 큰 변화는 없었다. 몇 개월 사이 큰 충격을 받아 딱히 식욕을 잃은 바도 없다. 도대체 뭐지?


운동은 결코 아니니 먹는 게 줄었을 거다. 먹는 게 정말 줄었을까? 취조하듯 생각해 보니 점심을 간단히 넘기는 경우가 왕왕 있긴 했다. 요즘 들어 공복의 효과에 대한 얘기들도 많기에 시도해볼까 싶은 차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포만감도 좋지만 이후에는 식곤증이 계절과 무관하게 찾아왔다.


별도의 점심시간 없이 일하다 보니 근무 시간도 조절할 수 있고 일하면서 졸리지도 않았다. 허기가 질 땐 집에서 챙겨 온 바나나, 약과 등으로 요기를 했다. 그리곤 퇴근해서 집에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었다. (물론 내가 해서 ㅠ.ㅠ)


점심이 가벼워지니 자연히 이른 저녁을 먹게 되고 일과가 빨리 끝났다. 잠을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덕분에 하루가 길어졌다. 긴 하루에 뭘 더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집중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뿐이다. 근데 이걸로 십 년 넘게 해묵은 숙제가 풀렸다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남편은 얼마 전 다시 말했다.

“잘 봐둬. 이런 내 모습...”


남편의 군살이 빠지기 전에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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