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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치노매드 Sep 20. 2023

남들이 '굳이?'라고 말하는 걸 굳이 하는 이유

이번 생은...

어깨를 다쳤다. 발목도 다쳤다. 팔꿈치와 손바닥에 찰과상도 입었다.

그래도 걸을만했고 움직일 수 있었다.

하루는 집에서 쉬었다. 1~2주면 낫겠지 싶었다.


2주가 지나고 어깨가 여전히 아프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혹여 만성 통증이 되면 어쩌나 조급한 마음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보며 의사가 물었다.

“잠 잘 때도 아픈가요?”

“아니요.”


뜬금없이 그 질문을 왜 했을까?

의사는 혹여 오십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나이 쉰 쯤에 온다는 오십견 말이다.


삼십 대가 끝났다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오십견이라니.

한대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어깨를 감싸주는 찜질 마사지기를 주문했다. 구매자 리뷰엔 오십견에 효과적이라는 평이 가득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나누었다. 그는 “몇 개월 안에 나으면 다행이지.” 하며 말을 흐렸다. 연세 있으신 분들을 자주 만나는 언니의 직업 상, 무심코 나온 말일 것이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재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친 지 한 달 만에 헬스장에 갔다.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올 요량이었다.

아앗.

손을 올리며 어깨를 움직이니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며 그새 안 쓴 근육들이 굳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굳은 근육이 야속했고 그동안 노력했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서운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일단 가능한 범위만큼은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회원님 어떻게 넘어진 거예요?” 트레이너 선생님이 물었다.


어떻게 다쳤더라? 다친 이유는 간단했다. 달리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그 바람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땅을 손바닥으로 짚었고 얼굴을 부딪히지 않으려 땅바닥에 닿을 때의 반동을 어깨로 견뎠다. 이 모든 과정은 몸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손바닥은 상처가 났고 어깨 인대는 찢어졌다.


조금 더 부지런히 살아보겠다며 아침 일찍 달리기를 시작한 탓이다. 아니다. 아침에 뭘 먹고 달렸어야 했는데. 아니다. 달리기 전에 스트레칭을 좀 했어야 했는데. 원인을 찾다가 왜 하필 '달리기'였는지 거슬러 올라갔다.

운동하다 다쳤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하루키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35년이 넘는 필력만큼 달리기를 하고 있다. 그저 ‘취미 삼아 뜁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기에는, 그는 매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있고 100km에 달하는 울트라 마라톤을 11시간에 걸쳐 뛴 적도 있다. 여행을 가거나 장기간 머물기 위해 (대학교 강의 등) 새로운 곳에 자리 잡게 되면 그는 집 주변 어디를 뛸 수 있을지부터 찾는 러너이다. 왜 그는 이토록 달리기에 진심일까.


특별한 사연은 없었다. 마치 그가 야구경기를 보러 갔다가 담장을 넘는 공을 보며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처럼. 돌아오는 길에 펜과 원고지를 사서 그날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꽤나 싱거운 이야기만큼이나 달리기를 시작한 동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생에서 내가 꼭 해야 할 일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였던 것 같다. 나 역시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 생에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을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루키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쉬었던 적을 빼고는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달리기로 유산소를 더해주면 좋겠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다.


달리기 시작한 며칠 만에 조금 (혹은 꽤) 차질을 빚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넘어지고 얼마 간은 어깨를 들기조차 힘들었는데 이제는 제법 가볍게 어깨를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는 아니어도 가벼운 걸음으로 하루에 4~5km 정도는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차차 나아지겠지.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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