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정체성을 묻는다
자신의 존재 규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김영민. 추석이란 무엇인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크로스. 2018
"민서야, 유치원 가야지?" 라는 질문에
아이는, "유치원이란 무엇인가?" 라 답한 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