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못 추는 사람은 쿠바에 체류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날 저녁에 공원을 지나는데 공원에 마련된 무대에서 살사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느릿느릿, 작은 동작. 저게 뭐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있다.
적당히 살다가, 녹슬기 시작하면 적당한 때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찌든때처럼 눌러붙어 kbs 1이나 멍하니 쳐다보다 탑골공원 한바퀴 힘겹게 돌아보고 잠자리에 드는, 그런 지루한 하루들을 꾸역꾸역 살고 싶지 않았다. 무기력은 지금도 충분한데 그 위에 세월이 주는 무기력까지 더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 그런건 애초에 떠올려본적도 없다. 늙음과 행복은 어울리는 단어들이 아니지않나?
형편없는 무대 위, 턱시도와 드레스를 갖춰입고 춤을 추는 노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번갈아 주름살 사이로 흘렀다. 무대 밑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대회야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들의 춤에 몰두했다. 행복할 줄 아는 사람들은 늙어서도 행복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