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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 캠핑카 여행의 최고 낭만적인 순간 바이칼

퀴어부부의 자작캠핑카 타고 유라시아횡단 신혼여행기 12탄

by 공구부치 Feb 22. 2025

바이칼로 가는 길은 험했다.

대부분 비포장 눈길이었고 공사구간이 많아 가다 서다를 반복해 수동기어 캠핑카 레디를 운전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무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바이칼호수가 너무 아름다워 바이칼 호수에서의 차박을 기대하게 했다.


“기필코 바이칼 호수에서 캠핑을 할 거야!”

짝꿍은 시베리아횡단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바이칼 호수에서 캠핑을 하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시베리아횡단 도로를 빠져나가 바이칼 호수가 있는 마을로 들어서는 길은 눈이 쌓여있어 길인지도 분간이 안 갔다.

“지도상에는 이 쪽 길로 나가라는데…”

“눈이 사람 키만큼 쌓여 있어 들어가질 못하겠어.. ”

“조금만 더 가봐 천천히”

짝꿍은 바이칼 마을로 가는 길을 어떻게 서든 찾겠다고 지도와 도로를 번갈아 보며 신중하게 길을 안내했다


“이제 딱 두 군대 남았어 여기도 못 들어가면 진짜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여기도 눈이 있긴 하지만 차들이 다닌 흔적이 있으니 이쪽으로 들어가 보자! “


막상 마을에 들어서니 길이 넓어지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 작지 않은 도시였다.

짝꿍은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며 호수 가까이 까지 도로가 연결된 곳을 찾아 차박지를 선점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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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세계 최대 담수호이자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호수 바이칼!!!

장비를 갖춘 사람 몇 명은 이 호수 어디까지 갈 작정인지 꽝꽝 얼은 호수를 걸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쫄보 부부도 용기 내어 얼음호수에 발을 내디뎠다.

“여보! 너무 멀리 가지 마! 요 앞에서만 놀자”

“괜찮아! 아까 사람들은 보이지 않을 만큼 막 걸어 나가더라”

“안돼 뛰지 마! 일로 와서 손잡아”

“알았어..ㅎㅎ”


내가 멀리 뛰어갈까 봐 내 손을 잡은 짝꿍은 나와 나란히 사부작사부작 얼음호수 위 쌓인 눈을 밟으며 조심히 걸었다.

노을은 하늘과 하얀 호수 둘 다 몽환적인 분홍빛으로 물들였고 우리는 이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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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과 나는 연신 웃으며 사진을 찍었고 짝꿍이 행복할 때 짓는 표정을 보며 나는 더욱 행복해졌다.

“여행 오길 잘했다.”

“너 어제는 향수병에 걸린 것 같다며 “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온수매트를 35도로 맞춰 따듯하고 푹신한 오리털이불을 덮고 자는 상상으로 갑자기 눈물이 찔끔 났던 어제였다. 아마도 폭주족들 때문에 무서웠던 지난밤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모양이었다.


제법 긴 여행을 몇 번 해봤던 나보다 적응력도 뛰어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도 두려움 없는 짝꿍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짝꿍이 나에게 의지를 많이 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을 떠나보니 의지는 내가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다음에야 레디로 돌아와 저녁을 해 먹었다.

“오늘의 저녁은 간단하게 컵라면과 밥! “

“좋아!! ㅎㅎ”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어야 해”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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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먹던 김치도 조금은 넉넉하게 꺼내준 저녁밥상.

설거지거리가 나오지 않게 준비한 저녁밥상이다.


이런 곳에서 무언들 맛이 없으랴! ㅎㅎ

우린 그렇게 저녁을 먹고 고요한 바이칼 호수 앞 주차장에서 꿀잠에 들었다.


다음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어제의 감상을 일기로 쓰고있다.다음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어제의 감상을 일기로 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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