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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과 한국인이 만든 불고기 소스 어쩌구 덮밥 (1)

"우리 저걸로 요리하자. 나 가르쳐줘" 말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by 도래솔 Jun 21. 2024
작고,, 하찮은,, 미사일 터지는 사진,,


여리고에서 미사일을 피해 도망쳐 나온 다음날 아침은 유난히 조용했다. 당시 나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있었다. 낙하산을 타고 예루살렘에 내려온 하마스 부대와, 남부지역 음악 페스티벌에서 일어난 사건과, 그 폭격들과… 전혀 몰랐다. 한국 뉴스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락도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 스크롤만 내릴 뿐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8일 동안 거의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바깥 풍경. 발락의 집은 감람산 아랍인 구역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첫날, 우리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머릿속에 들어온 건 헝가리에서 챙겨온 불고기 소스였다. ‘이안이가 한국 음식 먹을 수 있게 요리해주고 싶은데, 여기서 소스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말락은 내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불고기 소스를 부탁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 2주간의 여행 일정이 있었던 나는 별 수 없이 헝가리 한인 마트에 들려 비싼 값을 주고 불고기 소스를 샀고, 유리병이 깨지지 않게 캐리어에 있는 내 옷들로 돌돌 말아 소중하게 가져갔다.


“우리 저걸로 요리하자. 나 가르쳐줘” 심심해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말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불고기 소스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내가 저걸로 무언가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난 요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고기는 정말이지 만들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의 아랍인 친구와 그녀의 엄마가 기대의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주방에 섰다.


“그래서..?” 말락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리곤 말한다. “어떻게 널 도와주면 돼?”



출처 : 다음뉴스, instagram@proxywolf



한류 열풍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뉴스에는 종종 김치를 맛있게 먹는 외국인의 모습이 나왔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뽑히던 음식이라고 한다면 비빔밥, 그리고 불고기가 항상 나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한국인이고 어렸을 때부터 많이도 불고기를 먹어왔지만 문제는 단 한번도 만들어본 적도 없고 만들 줄도 모른다는 거였다.

불고기가 어떻게 생겼었더라?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자작한 국물이 있었던 것과 당근이 들어갔던 것 말고는 형태조차… “일단 잘라봐.” 뭔지 모를 때는, 일단 다 썰고 볶으면 된다, 그럼 뭐든 되겠지 싶었다. “확실해?” “몰라” “알겠어 그럼 나 이안이 재우고 나갈 테니까 그동안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어.”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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