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Tomorrow will be fine

전쟁을 직접 겪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by 도래솔 Jan 30. 2024
아래로


전쟁을 직접 겪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경험한 것들이 얼만큼의 죽을 위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나는 지금 그저 무감각하다.


불과 두 시간 전 하늘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한 사람으로서 느낀 감정은 딱히 다르지 않다는 게 조금은 이상하지만. 정말 그렇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전날 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이안이를 달래주기 위해 샀던 장난감을 보면, 확실히 나는 여리고에 다녀왔는데,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지고, 현실감각이 없다.


나만 그런가 싶어 말락을 쳐다봤다. 말락은 장난감을 던지고 우는 이안이를 달래기 위해 한 손으로는 리모컨을 잡고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한 손으로는 뉴스기사를 확인한다. 그녀의 표정은 그저 무심하면서도 집중한 듯해 보인다. 내가 묻는다.


“괜찮아? 어떻데?”


“지금 가자 사람들 많이 다쳤어.”


우리와 길을 갈라섰던 친구의 차는 어떻게 되었더라.


“라닌은 집에 도착했어?”


“응. 이제 도착했데.”


브런치 글 이미지 2

엄마가 들어온다. 커다란 은박 포일로 감싸진 그릇을 들고, 우리가 먹을 빵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걸 아시고는 마트에서 가득 사 오셨다고 했다. 한눈에 봐도 어른 둘 아기 한 명은 절대 다 먹을 수 없을 양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안이가 높게 옹알옹알 소리를 내며 양손으로 빵을 잡는다. 그리곤 정말 조금 베어 물고는 다시 접시로 던진다. 그럼 말락이 그걸 주워 먹는다. 단 시금치가 들어간 빵은 빼고. 시금치 빵은 말락의 엄마가 먹는다. 말락도 시금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피자빵처럼 생긴 동그랗고 작은 빵을 집어 들어 한입을 베어문다. 생각보다 간이 세지 않다. 그다음 고기가 잔뜩 발라진 빵도 하나 먹고, 이안이가 한입 먹고 던진 빵도 하나 먹는다.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던 몸이 슬슬 풀린다. 몸이 풀어지니 졸음이 몰려온다.


말락의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지만 동체시력으로 이안이를 확인하고, 동시에 나에게 자신이 페이스북에서 본 내용을 설명해 준다. 이번 공격은 생각보다 조금 셌다고.


말락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셀 수 없는 폭격음과 크고 작은 전쟁들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말락은 그렇게 태연했었나 보다. 말락이 나에게 말한다.


‘컥쩡하지마. 곧 끝날 거야. 하마스, 원래 전쟁 나면, 3일 정도밖에 못벼텨’


그녀의 경험상으론 그랬다고 한다. 항상 3일. 일주일이면 이 모든 것이 끝났다고. 그래서 이런 불편한 상황들을 겪지만, 예루살렘은 안전했고, 조금만 버티면 다 끝날 것이라는 믿음이 그녀를 지켜줬을 것이리라.


나는 문득 5일 후에 예약되어 있는 나의 비행기표가 떠올라 농담반 진담반 말락에게 물었다.


’나 비행기 탈 수 있겠지?’


‘당연하지. 무조건 곧 끝나. 항상 그랬어.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 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의 친구의 그 한마디는 나의 모든 걱정과 짐을 덜어주었다. 그렇게 두 시간 반동안 나의 몸을 굳게 만들었던 모든 긴장들이 풀어졌고, 슬슬 잠이 왔다.


말락이 내 졸린 눈을 보고 말했다. ”Sleep sleep. I’ll wake you up.”  오후 한 시가 됐다. 곧 이안이도 낮잠을 잘 시간이다. 말락은 작은 방 커튼을 모두 치고 문을 꼭 걸어 잠갔다. 불을 끄고, 자장가를 틀어줬다.


침대 위에 세명의 몸이 누워있다. 타지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경험한 한국인과,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스라엘-아랍인, 그리고 이스라엘-한국인.


앞으로 내 여행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전 02화 집으로 가는 길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