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일차, 아직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적당한 변수는 여행을 즐겁게 만든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모든것이 그러하듯, 이 또한 정도가 있는 법이다.
선을 넘는 장난처럼 분위기를 굳어버리게 하는 삶의 변주를 만날 때가 있다. 이를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은 우리가 직접 겪기 전까지 절대로 알 수 없다. 실제로 짖궃은 변주의 얼굴을 마주했을때에서야 우린 삶의 모든 골목길 곳곳에 위험이 널려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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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의 작고 텁텁한 발바닥이 내 볼에 부벼지는 감각에 잠에서 깨어났다.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말락은 여리고 숙소의 위생상태를 믿으면 안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깨끗해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던 진초록빛 침대 시트와 얇은 이불이, 그말을 들은 이후로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초록 침대 위에 커다란 비치타올을 깔고 가운데에 이안이를 눕힌 뒤, 양쪽에 누워 잠에 들었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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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잠긴 목소리로 말락이 물었다.
"잘 잤어?" "응"
"넌 너무 잠이 많아서 문제야"
핸드폰을 보던 말락이 웃으며 말했다.
한 0.5초 간의 정적.
바로 이어서 말했다.
"안좋은 소식 있어."
"뭔데?"
"하마스가 텔아비브에 미사일을 쐈어.
그래서 지금 전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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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났다는 말을 인생에서 듣게될 순간을 상상해본적은 없다. 그래도 만약 듣게된다면, 심각한 표정을 동반한 다급한 목소리를 통해 들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말락은 내 표정을 살피며 웃고있었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듣고 당황할 내 모습을 미리 예측하는 것 같았다.
"미사일은 멀리서 떨어져서, 여기는 괜찮을거야. 근데 너 무서우면 예루살렘으로 우리 돌아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