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나의 일기> #8
오늘도 난 몇 번의 판단질과 단정을 지으며 살았을까.
오늘날 인스타그램은 소싯적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나만의 공간을 소소하게 꾸미고 그 또는 그녀의 소식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방문해 보는 그런 감성이 아니다. SNS라는 플랫폼으로써 소통의 매개체라는 것에서 얼추 모양은 비슷하지만 그때 그 시절 감성과 같지 않다. 그런 감성은 오억 년 전에 사라졌다.
뭐랄까. 인스타그램은 마치 양손에 두터운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오른 사람들의 소굴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어디 한 번만 거슬려봐라. 하며 가드를 올린 채 위험한 파도타기를 하는 듯하다. 익명의 힘을 빌려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막말들과 판단, 욕설이 난무한다. 나와 의견이 맞지 않는 댓글들, 시비 거는 듯한 말투들. 조금이라도 남의 코털을 잘못 건드렸다간 바로 파이터가 되어버리는 거다. 싸이월드 시절 말랑한 감성으론 인스타그램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살벌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멀리 보지 않아도 될 것같다. 당장 내가 팔로우 한 몇몇 사람들의 사진과 스토리만 보고선 그저 잘만 지내는 줄 착각하는 것도 어쩌면 내 마음대로 단정 짓는 것일 수도 있다. 섣부른 판단은 내 안에도 있었다. 아무리 숏츠 시대라곤 하지만 한 사람의 삶까지도 숏츠인 줄 착각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 사람이 진짜 잘 지내는지 어떤지 그거 하나로 가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그게 어디 아는 사람들뿐이랴 일면식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게시물과 댓글들을 보면 고작 사진 몇 장, 글 몇 줄, 짤 하나, 댓글 하나로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 성격, 가정사, 사돈에 팔촌 며느리 자식 조카 누렁이까지 마음대로 판단해 버린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싸운다. 그 싸우는 댓글들을 보면서 또 판단한다. 같이 싸우지만 않을 뿐이지 사실상 나도 그 댓글부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여튼 인스타그램 덕에 사회적 이슈나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참 많다.
이런 판단들은 결국 다 내 기준일 뿐이고 얄팍한 내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니까 어느 정도 생각은 해볼 수 있다. 하지만 함부로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 그리고 그런 경솔함은 인스타그램 안에서만 생겨나는 게 아니다.
피시방 알바를 하면서 내가 가진 편견을 바꾸게 된 작은 경험들이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달일 하는 분들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랬던 데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첫 번째는 온몸에 가득한 문신이다. 배달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어도 팔다리에 문신이 가득한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위협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그 사람에게 갖게 되는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여기서 문제는 문신한 사람들은 다 잘못 됐다는, 좋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가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온몸에 가득한 문신 + 욕, 담배이다. 이미 문신만으로도 긍정적인 인상을 주지 않는데 거기다 거친 욕과 담배, 바닥에 침 뱉기까지 얹어지면 위협적인 분위기는 물론, 아마 이때부턴 주변의 무분별한 판단질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한참을 생각해 봤다. 배달하는 분들을 향해 왜 딸배라는 비하적 표현이 생겨났으며 왜 함부로 판단을 할까. 왜 그런 시선을 갖게 됐을까. 100% 그 사람들의 잘못된 태도 때문에 생겨난 시선인 걸까? 단순히 문신 때문인가? 문신에 대한 이미지는 왜 그럴까? 문신에 대해서 말하자면 왠지. 일본의 야쿠자 시대 때부터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아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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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피시방으로 출근을 하면 배달 일하는 사람들 몇 명이 손님으로 있다. 오전 그 시간엔 안 그래도 피시방에 사람도 많이 없는데 듬성듬성 있는 손님들 중에는 온몸에 그림이 잔뜩 그려진 배달일 하는 사람들이었어서 처음엔 좀 무섭기도 했다. 그들을 향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내 편견이 깨지고 생각이 달라지게 된 데에는 그분들의 작은 태도 때문이었다.
주문한 밥을 가져다 드리고 음료를 가져다 드릴 때마다 꼬박꼬박 '감사합니다' 라고 해주시는 한마디와 사람이 근처에 다가갔을 때 반사적으로 자세를 고치는 작은 행동이 내 시선을 조금씩 바꾸게 만들었다. 글로 읽었을 땐 별거 아니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런 작은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가서 사람을 잠깐 상대해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내가 가졌던 편견이 조금씩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문신 가득한 배달 일하는 사람들은 죄다 예의 없을 것이고 사람을 막 대할 것이라는 저급한 생각을 갖고 있었나 보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본 적도 없고 정작 진상 손님은 아줌마들로부터 많이 겪었는데 안 좋은 시선은 그냥 나의 안 좋은 마음들로부터 생겨난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공감을 전혀 못 할 수도 있고 그들이 진짜 어떤 사람들 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내 잘못된 편견을 바꿔준 데에는 그들이 직접 보여준 작은 태도에 있었다.
문신한 사람은 다 성격이 안 좋을 거라는 생각, 게임하는 사람은 다 한심할 거라는 생각. 혹시 이런 유치한 편견들을 갖고 있진 않은지, 이렇게 단정 짓고 편견을 갖고 있는 자신이 더 한심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