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나의 일기> #6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로봇처럼 살아가다 가끔은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그저 주어진 대로 무난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가도 어쩌다 문득 이렇게 조용히,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괜찮은 건가 하는 그런 생각들이 일순간 파도치듯 밀려온다.
오늘 내 하루에 별 자극이 없는게 감사하지만서도 나 지금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관계 속에서나 일로써 받는 크고 작은 갈등도 좀 겪어주고 외부로부터 어떠한 자극을 좀 받아줘야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들. 어쩌면 배부른 생각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생각들.
도파민 중독자가 된듯 어떤 자극적인 것들만 원하는 그런 정도까진 아니지만 너무 평온하게 사는 것도 나에게 그리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요즘이다.
평안 평안 평안. 내 삶이 오로지 평안하기만을 바라고 평안만 찾다 보면 아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사람은 배운 것은 금방 잊고 또 상처받기도 쉬운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스트레스도 학습이 되어야만 단련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평안하다면 감사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을 고집하고 평안을 벗어난 삶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주어진 평안함에 감사하는 마음도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어떤 문제도 갈등도 스트레스도 없이 무난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놓여있다면 그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면 된다. 어쩌면 행복한 인생이란 생각보다 간단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은 늘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매일을 로봇처럼 반복적인 루틴으로 살아가는 데에 지치고 지루한 나머지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늘 찾는다. 즐거움이라 하면 점심때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될 수도 있고 퇴근 후 사람을 만나 맛있는 걸 먹는 것 또는 배달 어플을 뒤적거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주말이면 놀러 나간다던지, 영화를 본다던지, 그냥 집에서 늘어지게 유튜브만 보고 있는다던지, 연차를 끌어 모아 해외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스스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자극들로 우리는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면 달력에 여행 날짜를 적어놓고 한 날 한 날 설렘 속에 살아가면서 나를 위해 그리고 여행을 더 최상으로 즐기기 위해 쇼핑을 하기도 한다. 이것 또한 살아가는 방법이며 지루한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렇게 현실을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어떠한 장치를 만들어 놓는 것도 또 다른 지혜이지 않을까 한다. 그것이 여행이든 월급날 나에게 주는 보상이든 말이다.
낯선 해외에서 잠시 현실을 잊고서 놀고먹고 즐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여행을 기다리는 그 설렘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에 시시때때로 달력을 들여다보면서 남은 날짜를 세어보는 그 설렘이 나로 하여금 이 현실을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여행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울 때도 있다. 어쩌면 그런 설렘으로 사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 여행을 기다리듯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결코 지겹지만은 않을 텐데 말이다. 지루하든 어떻든 그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 하루이고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의 날들이다.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겨운 매일을 버텨낸 나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나 자신이 수고하는 것 하나 없이 놀고먹는 것만이 주된 생활이라면 일상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는 오늘은 버텨내고 수고한 사람보다 그리 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