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마음

<하찮은 나의 일기> #5

by 이봄


일을 하고 사람을 사귀고 말하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닐까 한다. 나 혼자서 가끔 즐기는 취미생활일지라도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거든 시를 쓰는 거든 긴 글을 쓰는 것이든 사진을 찍는 것이든 말이다.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 영화 <룩백>에 등장하는 두 소녀는 그림을 대하는 마음이 비슷한 듯 보였지만 어딘가 달랐다. 그림 그리는 것이 특기였고 유일한 장기였던 한 소녀 후지노는 반에서도 물론 그림으로는 으뜸이었다. 반 친구들의 칭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고 그에 따라 매주 새로 나오는 학보에 후지노의 그림이 실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후지노는 어느 날 동급생 쿄모토의 그림을 보게 됐고 그 후 그림을 대하는 마음이 완전히 달라진다.


학보에 실리는 그림은 고작 4컷 만화가 전부였지만 후지노와는 다르게 쿄모토의 그림은 4컷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그림이었다. 많은 설명과 복잡한 그림도 없는 쿄모토가 그려낸 4컷 만화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했다. 후지노 역시 쿄모토의 그림을 보자마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지만 그 감동은 길지 않았고 곧 질투심과 열등감으로 변해 욕심을 내고 만다.



영화 <룩백>은 그림을 매개체로 한 두 소녀의 성장 드라마이다. 같은 특기를 가졌지만 많이 달랐던 데에는 두 소녀가 가진 마음에 있었다. 각자가 가진 그 마음 그대로 그림으로 발화된 것이다. 잘하고 싶은 욕심과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내가 가진 마음이 정말 그것뿐이라면 제 아무리 실력이 좋다한들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 되는 마음 또한 그것뿐일 것이다.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반하는 생각일 수 있겠지만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나는 믿는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마음과 마음은 통하는 법이니까. 나도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었고 취미이자 특기였으며 후지노처럼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잘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나의 어떤 마음을 그림에 담고 싶어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갖고 그림을 마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이런 부분을 깨달았을 땐 이미 그림 그리는 일에 질려 흥미를 잃었을 때였다. 주변에서 잘한다니까 그저 그냥 그려왔고 나만의 것을 담을 줄 모르니 오래 품지 못하고 제 풀에 지쳐버렸다. 그림을 대하는 쿄모토의 진심을 보고 펜을 놓아버린 후지노처럼.




가끔 인스타그램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계정을 보곤 하는데 그들의 그림은 어딘가 나와 많이 달랐다. 단순히 그림의 퀄리티나 실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이었다. 자기 자신만의 가치관과 철학을 담아낸 의미 있는 그림이 결국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림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그림 그릴 자격이 없다고, 그림은 이런 사람들이나 그리는 거라고, 오랜 특기였지만 놓길 잘했다고. 쿨한 척 생각은 이렇지만 솔직히 부럽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녹여낼 수 있는 것이 참 부럽다. 어쩜 이렇게 자유로워 보이는지, 틀에 갇혀있지 않고 자기만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 표현해 내는지. 기술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마음이 뛰어난 사람들이 나는 더 멋지다. 어떤 마음을 훈련해야 되는 것일까? 어떤 방향으로 고민을 하고 어떤 시선을 갖고 살아야 그들이 그림에 담아내는 그 마음을 닮아갈 수 있을까?




무얼 하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결국 내 마음가짐에 따라 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에 따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한순간에 지옥이 될 수도 있고 꽃길이 될 수도 있다. 취미도 일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사람을 대하는지, 이 순간을 대하는지, 어떤 마음을 담고 말을 하는지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지금 무얼 하든 누굴 만나든 내 마음가짐이 내 인생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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