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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Jul 27. 2018

아이 주도 이유식 요령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02

둘째를 낳기 직전에 아이 주도 이유식(BLW)을 접했습니다. 가히 이유식의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참 세련되고 멋져 보였어요. 그런데 단순히 BLW 식단 구성에만 현혹되었던 거 같아요. 숭덩숭덩 잘라 올린 식재료들이나 최소한의 조리로 마련된 음식을 아이 스스로 먹는답니다. 그러니 엄마의 수고로움을 생각할 땐 너무나도 쉽게 유혹되는 식사법이잖아요. 아이의 소화 흡수력에 맞춰 미음부터 시작하는 일반 이유식은 전 세계에서 하는 보편적인 방법이에요. 아이가 물건을 잡고 입에 넣으려는 본능과 발달에 초점을 맞춰 고형식을 바로 주는 것이 BLW라고 할 수 있어요. 이 BLW 덕분에 이유식 방법이 두 가지가 되었으니 선택의 기회가 늘어났어요. 일반 이유식, 아이 주도 이유식, 두 가지의 병행 중에서 선택할 수 있잖아요.

‘나의 두 번째 이유식은 절대로 아이 주도 이유식으로 하겠다.’ 다짐해놓고도 저의 고질적인 결정 장애 때문에 또 미음으로 이유식을 시작했습니다. 



음식으로만 봤을 때, 미음으로 시작했지만, 중기 이유식 시기 즈음에 아이 주도 이유식을 병행했어요. 그러면서 느낀 소감을 먼저 전한다면, 이 식사법은 결코 엄마가 편해지자고 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일반 이유식만큼이나 어려운 고비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식사법이 아이의 기본적인 먹성과 호기심, 본능을 누를 만큼 절대적이지가 않기 때문이에요. 아이 주도 식사는 전혀 새로운 방법이 아닙니다. 배고프면 수저를 들고 밥과 반찬을 먹고, 배가 부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우리의 습관화된 식사 모습의 또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일반 이유식의 시작이 아이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의지를 무시하고 엄마가 먹여주기에 문제가 된다고 인식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아이 주도 이유식 선택으로 식사의 평화가 유지될 거란 기대는 실망감이 될 수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어요.



일반 이유식은 엄마가 주체가 되어 먹여주는 덕분에 주위가 깨끗해서 이유식 후처리가 간편해요. 그리고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의사보다는 정해진 평균 이유식량을 채우는 데 집중 될 수 있습니다. 아이 주도 이유식은 전적으로 아이의 결정에 따르기에 엄마가 먹여주는 수고는 덜 수 있어요. 이유식 초반에는 식사 준비가 다소 간편한 이점이 있어요. 그러나 식사에 온전히 집중할 때까지는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많이 고려해야 합니다. 버려지는 음식들을 볼 때면 영양소를 제대로 먹고 있는지 걱정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요.


일반 이유식으로 시작해서 아이 주도 이유식 도입 시기를 결정하신 후, 병행하셔도 아이의 식사에 문제가 되지 않아요. 미음을 처음부터 밀어낸다면 과감히 고형식을 차려 아이의 반응을 살피시면서 아이 주도 이유식을 진행하시면 되거든요.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차려낸 음식이 아니라 어떻게 먹도록 하는지 고민하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밥하는 것보다 더 어렵게 끓여낸 미음은 아이의 소화력과 흡수력을 안성맞춤입니다. 미음을 오물거리는 예쁜 입을 한번 보려고 아~ 하는 신호에 맞춰 먹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이의 주도성을 고려해서 엄마가 먹여주기보다는 미음에 숟가락 올려서 아이에게 그릇째 주세요능동적으로 아이가 만져보고 발라보고 입으로 가져가서 맛을 보는 등 오감으로 느낄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아이 주도 이유식의 시작이 됩니다시기별로 보편화한 '몇 배 죽'은 중요하지 않아요.



진밥이든 무른 밥이든 되는대로 주시면서 아이가 오감 놀이를 할 시간을 충분히 주세요그러고 나서 식사 끝에엄마 도움을 조금만 주세요. 이런 기회가 쌓이다 보면 아이도 엄마도 즐기는 제대로 된 식사로 이어져요.


아이 주도 이유식이라 해도 아이 의지 90%에 엄마 도움 10%가 필요합니다식사 초반에는 절대 아이 스스로 먹는 데 집중하게 해주시고 식사 끝에 아이의 흥미가 떨어지면 엄마의 도움으로 식사를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흥미가 떨어졌다고 이유식으로 마냥 탐색 놀이만 하기보다는 식사를 통한 배부름을 알게 해주기 위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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