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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Oct 22. 2020

쌀, 꼭 먹어야 해?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39

 이유식은 이르면 생후 4개월, 보통은 생후 6개월에 시작하면서 보편적으로 불린 쌀이나 쌀가루를 이용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의 소화력을 고려해서 부드러운 음식을 받아들이는데 부담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 의한 것인데요. 사실, 이유식을 시작할 때면 알레르기와 시기별 섭취할 수 있는 음식 재료를 가릴 때 쌀이 가장 부담이 없어서 그러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쌀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미음을 먹을 수 없으니까 이유식은 진행할 수 없는 걸까요?      


 주식으로 쌀을 먹지 않는 외국의 경우, 물에 불린 오트밀을 먹이기도 하지만 이유식 시작은 익힌 채소나 과일을 갈아서 준비한 퓌레가 보통입니다. 퓌레의 질감은 걸쭉한 죽처럼 부드럽죠. 필요하다면 퓌레에 물과 섞어 묽기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외국 아이들은 쌀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채소나 과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쌀을 포함한 곡물이 아니어도 이유식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쌀 이유식이나 퓌레는 공통으로 당으로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바로 쓰이는 탄수화물이기에 무엇으로 이유식을 시작한다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둘째 생후 10개월 때의 이유식 / 새우완자, 쌀가루 단호박경단, 데친브로콜리

         


 이유식에 쌀이 없어도 된다는 사실은 제게 새로운 사건이었고 아이 주도 이유식을 접하고 시행하는 초반에는 적응하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지 않고 한식을 기본으로 한 집밥을 주야장천 먹고 자란 이유라고 보는데요. 저처럼 평생 쌀과 함께한 식사 인생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응당 그래야만 한다고 하는, 쌀이 있는 기본적인 차림이 ‘식사’라고 인식하실 거예요. 쌀이 없는 이유식이나 유아식, 즉 밥을 기본으로 하지 않는 식사 구성은 뭔가 부족해 보이고 부실하다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저는 큰아이 키울 때 먹이는 문제로 고생을 많이 해서 둘째는 음식에 제대로 흥미가 있고 스스로 즐긴다는 느낌이 확고해질 때까지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계획했습니다.      


 오랜 기간, 다양한 토스트로 식사를 대신에 했던 큰아이의 밥 거부 시기를 보더라도 쌀밥을 기본으로 하는 식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의 생후 1년까지는 복잡한 조리 없이 모양대로 잘라 찌거나 데치거나 구워내는 재료들로 이유식을 차렸어요. 이후에도 쌀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음식이 되는 재료로 활용했고요. 아이 주도 식사를 한다고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먹인다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챙겨서 먹였던 음식들을 보면 그래도 영양소를 생각한 식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무른 밥, 진밥을 끓이기는 했지만 정해진 이유식 단계에 맞추려 하지 않았어요. 아이가 잘 먹다가도 양이 줄어들거나 거부하는 등 기복은 있었지만, 꾸준히 아이 주도 식사를 유지한 덕분에 큰 기복 없이 순항 중입니다.

     

(좌) 생후 11개월과 (우) 생후 12개월 때 이유식


      

 저는 요즘 음식과 관련된 두 가지 이슈에 관심이 생겼어요. 하나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여 휴게소 음식을 재구성하며 새로 시작한 TV 프로그램입니다. 정규편성이 되어 출연자의 집에서부터 시작된 영상은 분주한 아침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든든히 챙기던 아침 식사 메뉴는 쌀밥이 아니라 계란 후라이가 올려진 감자 햄 전과 빵, 바나나와 커피 한잔이었습니다. 간편하면서도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채워진 메뉴는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습니다. 두 번째 관심사는 2016년에 교육부 장관상을 받고 여전히 화제에 놓인 어느 학교의 영양 가득한 급식입니다. 매일의 급식 메뉴가 겹치지 않고 매우 다양하며 화려해서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한창 에너지가 필요한 청소년들 식단이기에 쌀에 한정하지 않고 각종 면이나 튀김, 음료, 시리얼 등 한 끼니에 탄수화물 비중이 높았습니다.      


 두뇌발달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우리 영유아기 아이들도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잖아요. 그래서 뇌로 포도당을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섭취가 잘 돼야 합니다. 제 아이들은 주말이면 늦은 아침으로 쌀밥 말고 다른 것을 찾아요. 유아기에는 아침을 잘 먹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요. 일어나자마자 식욕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오전 활동을 위해 배고프기 전에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그럴 때는 10시 즈음, 차리는 부담도 적은 것을 찾습니다. 근래는 치즈 잼 토스트나 계란 치즈 또띠아에 사과를 준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안해하는 마음은 없어요. 아침 두뇌를 깨우는 필수 요소(탄수화물)가 빠지지 않았는지만 확인할 뿐입니다.


(좌) 치즈 계란 또띠아와 (우) 치즈 잼 토스트


 명절 때 친척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쉬지 않고 떡, 과일, 전, 주전부리 등 무언가를 자꾸 먹이십니다. 그러고 끼니때가 되면 아이의 배부른 상태는 고려하지 않으시고 왜 밥을 먹지 않느냐 채근하시지요. 어른들의 기준에서는 무얼 먹어도 쌀이 없었기 때문에 끼니라고 할 수 없다 하십니다. 반찬과 밥, 국으로 한 상 차려 드셔야 식사를 했다고 여기십니다.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반찬을 먹는 양보다 밥그릇을 비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농사를 지으시는 제 외가는 고봉밥에 무장아찌 하나만 두고 드실 때도 있었어요. 과할 정도로 밥(쌀)을 챙겼던 이유는 달리 먹을 것이 풍부하지도 않았고 밥을 통한 탄수화물 포만감이 크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재료들 덕분에 쌀밥을 대신할 탄수화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식단에 밥(쌀)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식사의 사전적 의미는 “끼니로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이라고 합니다. 음식(飮食)은 사람이 먹고 마실 수 있게 한 밥이나 국 등을 뜻하는데요.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채워진 방송인의 아침 식사나 학교급식을 통해서 볼 때, 꼭 쌀이 아니어도 곡류, 과일류(열매), 뿌리채소류 등 양질의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할 수가 있어요. 끼니마다 주요 영양소를 다 채우려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힘든 일이죠. 아이가 반찬만 먹거나 쌀밥이 아닌 것에 더 큰 관심이 있어서 고민하시는 분이 계실 거예요. 아이가 쌀을 거부한다면 하루, 길게는 일주일 식단 전체 구성에 있어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무기질과 비타민이 고루 포함되어있는지 살펴 식사를 챙겨주세요. 쌀이 없는 식사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더라도 배가 부르고 활기찬 생활이 되도록 기분까지 채울 수 있는 음식들은 모두 식사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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