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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Jul 27. 2018

해볼까? 왜 아이 주도 이유식인가?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01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의 큰 맥락은 이유식이 잘 돼야 아이 주도 유아식과 식사로의 진행이 순조롭다는 지극히 평범함에 있습니다우리에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아이 주도 이유식(BABY-LED WEANING, BLW)은 용어의 생소함을 받아들이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더라고요


아이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고 매사에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아이가 주도적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가 되거든요


아이의 주도성은 생존 본능입니다주도성이란 외부적인 요소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끌어내는 경우에 쓰이는 말인데요아이는 날 때부터 자기가 태어날 날을 정해놓고 주도적으로 산도를 지나서 세상의 빛을 보잖아요엄마가 쪽잠을 자서 좀비가 되든지 말든지최소한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화장실에서 무엇을 하는지밥은 제대로 먹는지는 본인이 살겠다는 본능에 가려 신경 쓰지 않아요자신의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가감 없이주변 여건 고려하지 않고 울음으로 터뜨리며 표현을 합니다그러니 이때부터 우리는 이미아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한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우리도 자랄 때 한 번쯤너무 하고 싶은 것은 어른들이 하지 말라 해도 했잖아요이성이 깨어있는 우리도 하는걸본능이 지배적인 아이들은 더 하지 않을까요?


배고프니까 뭐라도 가져다 달라며 울고 불쾌하고 찝찝하다고 기저귀 갈아달라며 우는 아이의 열정을 보세요자기가 왜 우는지 캐치 못 하고 있으면 얼굴 벌게지도록 울어요그 쪼끄마한게 살겠다고 울음의 강도를 달리하면서 많은 것을 표현하는 아이라면 여러 가지 삶의 요소 중에 단 하나먹는 것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있을 거라는 거예요아이가 배가 고플 거란 생각에 수유 간격이나 식사 시간에 맞춰 미리 챙겨준다 한 들배고프지 않으면 깨작거리기만 할 뿐 절대 양껏 채우지 않아요이럴 땐 마련한 정성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에 괜히 마음만 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식사에 '아이 주도'가 필요한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차리는 건 엄마 마음이지만 무엇을 얼마만큼 먹을지는 아이 마음에 달렸거든요. 아이 주도 식사의 첫 시작인 이유식 진입이 잘 된다면 절대로 남겨진 것이 아깝거나 아이 성장을 걱정하면서 전전긍긍하지 않게 됩니다.

밥전 말고 올리브유 토마토 샐러드만 먹은 한 끼

아이 주도 이유식이 등장하면서 이유식 방식은 세 가지 형태로 구분이 됩니다엄마가 아이에게 먹여주는 스푼 피딩(spoon-feeding)과 아이 스스로 먹는 셀프 피딩(self-feeding),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이유식입니다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이유식이라 하면 젖을 떼기 이전젖 이외에 먹는 음식을 말해요
  
제가 이 이유식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계기가 바로 둘째 아이의 아이 주도 이유식을 시작하면서예요사전적인 의미에만 그치지 않고 첫째를 키울 때의 식사 난관들을 떠올리면서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했어요한 줄로 요약하면 '이유식이란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음식들'이라고 생각되더라고요
  
먹는 행위는 단순히 음식을 보고 손이나 도구로 떠서 입에 넣고 씹은 다음 삼킴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우리는 먹으면서 말도 하고 숨도 쉽니다동시에 수저로 음식을 떠서 언제 입에 넣어야 할지도 알아요이걸 흔히 밥을 먹는 당연함으로 인식하잖아요그런데 아이들은 식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정도로 힘겨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수유 때 보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먹고 나면 어김없이 구토를 합니다아직은 자신이 얼마큼 먹어야 적당한지를 모를 때라서 그런 거예요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먹는 양이 조절되고 구토하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거든요시키지 않아도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적당함을 찾습니다음식을 씹어서 삼킬 때는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해요
  
씹으면서 숨을 쉬어야 하고요삼킬 수 있을 만큼 잘게 부수어야 해요입에 있는 음식을 한 번에 얼마큼 삼켜야 하며 이어지는 음식은 언제 또 입에 넣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하지요우리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행동들이지만 음식을 마주한 아이들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언급된 행동 중에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구역질을 해요심하면 구토까지 합니다
  
수동적인 스푼 피딩(spoon-feeding)보다는 능동적인 셀프 피딩(self-feeding)에서 구역질 반사를 더 자주 접하게 돼요아이의 구역질 반사 영역은 어른들보다 입 앞쪽에 있어서 구역질은 아주 흔하게 일어나요이런 이유에서 이유식 스푼 중에 어떤 것은 아이 입속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길이가 짧은 것도 있어요

손으로 먹고 수저로 먹으며 적당함을 찾던 여러 날 중 하나

아이의 입장에서 '먹는다'라는 걸 이해해 볼 때 아이 주도 이유식이 더 주목받는 건 아닐까 싶어요. 아이는 구역질이나 구토를 하는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음식을 넣어야 하는 적당한 깊이와 양인데요. 이건 스스로 집어먹을 때 알 수 있는 거예요. 엄마가 작게 떠서 조심스레 먹여주는 수동적인 식사에서는 잘 알 수 없지요. 
  
첫돌이 되기 전까지의 이유식 시기는 수유가 절대적 주식이어야 해요. 어떤 형태의 이유식이라도 배를 불리려고 욕심내서는 안 돼요. 이유식으로 배를 채우고 수유를 줄여 체중을 늘리고 신장을 키우는 데 급급하다 보면 여지없이 밥 전쟁을 맞이하게 돼요. 왜냐하면, 아이의 입장보다는 엄마의 시선으로 식사를 대하기 때문이에요. 
  
이유식 시기에 접하는 음식은요 구역질 반사를 줄여나가기 위한 연습 도구에요. 그러면서 놀이처럼 재미있게 적응을 해야 해요. 어떻게 해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지 요령을 터득하다 보면 삼키는 동시에 숨을 쉬어야 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비로소 먹는 것을 즐기는 아이가 되거든요. 아이는 두 돌이 되기 전에 '내가!'라며 자립하려는 발달 단계를 보입니다. 이 시기가 오기 이전에 충분히 혼자서 음식을 만지며 즐길 기회가 많아야 해요. 먹여주는 비중이 높아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재미와 기회가 박탈된다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식사를 거부하거나 유동식만 고집하게 되어 균형 잡힌 성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프로이트(Freud) 발달단계에 따르면 이유식 시기의 아이는 입, 입술, 혀, 잇몸 등 구강 주위의 자극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구강기입니다.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서 욕구를 충족하기 가장 좋은 최고의 시간은 바로 식사 시간입니다. 음식을 세상을 알아가는 도구 중에 하나로 여겨보세요. 아이는 이게 뭔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그러다 입에 넣어 느껴보고 맛과 질감 등을 고스란히 오감으로 즐기면서 음식을 먹는 당연함까지 익히게 됩니다. 


이유식 시기에는 음식을 충분히 탐색할 기회가 많아야 합니다. 반드시 먹어서 배를 채워야 하는 식사시간이라 생각한다면 엄마도 아이도 힘들어요. 자신이 경험한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참으로 재미난 것이 많구나! 욕구를 충족하기에 괜찮은 세상이구나! 라는 것을 오감으로 음식을 접하면서 느끼게 해주세요. 아이 주도 식사의 본질은 엄마의 전적인 도움보다는 한 발 떨어진 시선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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