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온 지 두 달

겨울은 느리게 흘렀고, 봄비와 함께 의욕이 돌아왔다.

by 백수쟁이

얼마만의 브런치인가. 마지막 글을 쓴 게 1월 9일이란다. 두 달만에 다시 글을 쓴다. 태국 한 달 살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도 두 달이 되었다. 한국에 돌아온 날,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에 마음도 금세 황량해졌더랬다. 태국에서 지내는 동안은 비 한 번 안 내리고 해가 쨍쨍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한국에 돌아와 며칠간은 태국이 너무 그리웠다. 태국의 날씨가, 풍경이, 여유가, 음식이 그리웠다. 태국에서나 서울에서나 백수인 건 똑같은데.


그런데 그리움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나의 뿌리가 이곳인 걸 알아서 그런 걸까. 어느 순간부터 회색빛 서울 하늘도 낯설지 않았고, 골목의 냄새도, 지하철 소리도 다 익숙한 것들이었다. 이상하게 편안했다. 그리워했던 곳이 있었기에, 돌아온 곳이 얼마나 나에게 맞는 자리인지 새삼 알게 된 것 같기도 했다.

두 달의 겨울은 조용하고 느리게 흘렀다. 잠이 부쩍 늘었다. 겨울잠인가, 싶을 만큼. 그래도 게으름만 피운 건 아니었다. 집에서 부지런히 음식을 해먹었다. 혼자 끓인 국 한 그릇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더라.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부산 여행도 다녀왔다. 특별할 것 없는 일정이었지만, 같이 밥 먹고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를 돌보고, 내 곁의 사람들을 돌보며 보낸 겨울이었다. 돌이켜보니 그것만으로도 꽤 잘 보낸 것 같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봄비겠거니 했다. 봄이 온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무엇이든 시작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의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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