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집, 낯선 고요

by 들송날송

나는 어렸을 적부터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로 지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학식 날, 용기 내서 먼저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10대에 시작한 서툰 사회생활은 금세 삐걱거렸고, 결국 나는 그 무리에서 밀려났다.

어렸지만 나름 현명했던 나는, 괴롭힘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상처받은 티를 내면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 오히려 더 크게 웃으며 학교생활을 버텼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의 작은 대화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 덕분에 조금씩, 왕따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관계의 기술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친구가 하나둘 늘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여러 그룹에 발을 걸치며 항상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누가 부르면 어디든 갔다. 그게 내 인기가 많아서라고 착각했다.


그 습관은 사회인이 된 뒤에도 그대로였다. 모임이 부담스러워도, “가기 싫다” 말하면서도 결국 나가던 나.

언제부턴가 그게 너무 피곤했다. 통제적인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에는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남의 요구를 들어주며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만남의 횟수를 줄이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서울 외곽의 조용한 자취방, 아무도 찾지 않는 주말의 오후. 그 공간에서 나는 진짜 고요를 마주했다.


처음엔 좋았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실컷 보며 아무와도 얽히지 않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가 본 걸 또 추천하기 시작했다. “이제 얘도 나를 지겹게 아는구나.” 웃기지만 진짜 지루해졌다.


이번에는 책을 꺼내 들었다. 이별 후 마음을 다독이는 심리서적들을 읽으며 처음엔 큰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몇 권째가 되자 비슷한 문장, 익숙한 위로들에 점점 무감각해져 밤마다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참 이상하다. 그토록 고요을 원했으면서도, 막상 고요 속에 있으면 견디지 못하겠다.

어쩌면 이 지루함도 내가 나와 친해지는 첫 단계일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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