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에서는, 디지털 교육 바람이 불었다. 1 학생 1 태블릿 보급부터 시작해서 최근 이야기 나오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까지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학생에게 효과적일까? 초등교사인 나의 생각은 다르다.
먼저 디지털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 도입 이유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일단 세대가 바뀌어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고 아이들 교육도 그에 따라가야 한다는 취지가 크다. 많은 직업군에서 그리고 생활 속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혹은 가정환경 차이로 인해 각각 다른 수준으로 접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해서 학교 교육에 도입했다.
또 하나 더 큰 이유는 수준에 맞는 개별화 교육을 위해서이다. 교사가 한 교실에서 학생들을 최소 20명 넘게 한 번에 가르치는 것과 달리 태블릿으로 공부하면 데이터 기반에 따라 개별적 피드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마다 벌어지는 학습 격차등을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른 자잘한 이유 (코로나로 인한 원격학습 대비, 디지털 시민의식의 필요성 등)들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위의 두 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
위의 이야기만 들으면 혁신적 미래교육 방안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도 교사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디지털 기기가 학습에 효과적이지 않다.
이미 학습에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고, 학습 수준도 높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디지털 기기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할 수 있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자료를 찾을 수 있어 효과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학습 수준이 낮고 학습 동기가 낮은 친구들은 다르다. 학습 동기가 낮고,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부족한 친구는 스마트 기기를 쥐어주면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오히려 다른 스마트 기기의 기능에 관심이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또, 학습에 기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학습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서는 교사나 다른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습득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인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서 똑같은 말이 반복되는 설명을 듣고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두 번째, 디지털 기기가 문해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OECD의 국재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 학생들의 읽기 평균 점수는 2009년 539점에서 2018년 513점으로 하락했다. 이에 학부모나 교사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기기만 보는 아주 짧은 글, 짧은 영상매체이다. 짧은 글과 짧은 영상에만 익숙해진 뇌에서는 긴 글, 긴 영상을 지루하게 느끼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그로 인해서 읽기 능력이나 중점 파악 능력, 문해력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디지털 기기가 읽기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있고, 디지털 기반 교육에서 다시 종이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내용을 읽어도 책으로 읽었을 때와 디지털 기기로 읽었을 때 가독성이 달라지고, 뇌에 각인되는 시간도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로 읽었을 때 집중력, 문해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자.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와서 열심히 영단어 사전을 보고 뜻을 찾았을 때와, 검색으로 단번에 뜻을 찾을 때. 둘 중 어떤 것이 기억에 오래 남았었는지. 디지털 기기 사용은 학습 시간 단축과 방대한 자료가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이 과연 학습에 효과적인지, 읽기에 효과적인지 다시 한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학생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를 높인다.
이미 가정에서는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보급하고 있다. 가정환경에 따라 다르다고 하지만, 학군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보통 3~4학년정도되면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현재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40%에 육박한다. 이미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져 중독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에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또 디지털을 활용해 교육하고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것.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라는 것과 어딘가 모순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학생들을 휴대폰이나 디지털 기기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다.
(최근엔 스마트폰과 ADHD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네 번째,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학업적 측면이 두드러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만큼은 사회성과 인성 발달 측면이 훨씬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작은 사회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여러 가지 인간관계에 대해 배우고 그에 대한 경험을 쌓으며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선생님과의 관계, 동성 친구들과의 관계, 이성 친구들과의 관계, 단짝친구 혹은 그냥 반 친구 등 여러 상황에 대한 대화와 대처를 하는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거나, 학생과 학생이 소통하는 상황을 자주 만든다. (모둠활동, 거꾸로 수업 등)
그런데 디지털 기기는 이러한 기회를 앗아간다. 교사는 보통 학생과 소통하며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알아내고,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방안을 동원하며 가르친다. 혹은 교사가 일대일로 가르치기 어렵거나 친구들과 하는 소통이 효율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모둠활동을 활용하거나 또래 교수법을 활용한다. 디지털 기기는 맞춤형 학습이라는 이름하에 인간과 인간이 소통할 기회를 앗아가고 Ai와 인간을 소통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의 사회성을 발달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한 자극이다.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교육에 더불에 이제 곧 정부에서는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앞선 이야기들을 읽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여전히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학생들과는 관련 없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생각하는가? 의견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