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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S Apr 09. 2021

나의 호주 시드니 워홀 이야기 4

SELC 어학원에 입학하다

  호주는 세계에서 세 번째(미국, 영국 다음)로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교육 강국이다. 대학교뿐만 아니라 어학연수 생들을 위한 사설 영어교육 기관도 정말 많다. 나는 어학원에 갈지 말지 많이 고민하다가 딱 4주만 수강하기로 결정했다(호주는 모든 것이 주 단위로 계산된다). 그것도 일반 영어반이 아니고 커피를 배우면서 고객응대를 배울 수 있는 customer service 반을 선택하였다. 나는 호주에 가기 전에 호주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단 내가 카페라는 장소를 무척 좋아하고 커피도 만들어 보고 싶고 무엇보다 동료들이나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유의 생각이 으레 그러 하듯 상당 부분이 내 생각과 달랐다).


  5월 22일 입학을 며칠 앞두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했다. 허... 그곳은 마치 인종 박람회 같았다. 북미와 아프리카 대륙만 빼고 모든 대륙에서 이 어학원에 대표들을 보낸 것 같았다. 다들 어색하게 인사하고 홀에 앉아서 행사를 기다린다. 내 옆에는 20살 프랑스 여자가 앉았다. 이름이 Laure인데 프랑스 식으로 발음하기 정말 어려웠다. 그녀는 나에게 먼저 혹시 한국에서 왔냐면서 관심을 보인다. 그녀는 내가 호주 생활 동안 본 여자 중에 나에게 가장 큰 인상은 주었다. 큰 입매로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이 비포 선라이즈에 여주인공 셀린을 보는 듯했다. 나는 금세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는 종종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일본에 여행도 가고 싶다는 등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대입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호주에 한 달간 여행을 왔다고 말했다.


  수다를 떨다 보니 행사가 시작되었고 한 시간 정도 어학원 선생님들이 나와서 학업과 시설 그리고 여러 가지 행사들을 설명해 주었다. 특히 본다이 비치는 파도가 강해서 익사 사고가 빈번하니 서핑할 때 주의하라는 말을 반복한다. 연설이 끝나고 나니 레벨 테스트도 한다(하... 인생이란 시험의 연속이라던가). 아무튼 시험을 끝나고 나오니 Laure가 내 앞에 보인다. 슬쩍 다가가서 못하는 영어로 말을 걸어본다. "뭐 할 거야?" Laure가 본다이 비치에 갈 거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따라가도 돼?"라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한다. 그렇게 약 두 시간 동안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었는데, 여기서 내 영어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공부 열심히 하자). 그녀는 내가 계속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했다. 결과는 뻔하다. 작업은 거기서 끝.


  그러고 며칠간은 그녀가 계속 생각났다.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여자를 실제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대화는 잘할 수 없어도 그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도 너무 기뻤다. 그녀는 20살인데도 불구하고 엄청 친절했고 타인을 대할 때 여유가 넘쳤다(영어도 무지 잘한다). 그리고 호기심이 많아서 정말 좋은 대화 파트너가 되어준다. 예를 들어 내가 한 가지를 질문하면 열심히 대답하고 꼭 한 가지의 질문을 덧붙여준다. 이런 식의 대화라면 한쪽이 상대를 인터뷰하듯 대할 필요가 없다(더군다나 대화 주제가 무지 방대하다!). 내가 4주 동안 어학원 다니는 동안 그녀를 보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좋아하는 여자를 따라다니는 9살 남자아이처럼 그녀의 주변을 맴돈 것 같다. 그 이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종종 연락했고 지금도 하는데, 그녀는 여전히 한결같다. 한 번 메신저로 연락하면 서로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질문과 대답이 한 달까지도 이어진다(한국과 프랑스의 시차 때문에 대답이 오래 걸린다). 언젠가 서로의 나라로 여행 가면 꼭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 만남을 또 망치지 않으려면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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