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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S Apr 11. 2021

나의 호주 시드니 워홀 이야기 6

직업 구하기

  호주의 최저시급은 2020년 7월 기준 19.84달러(한화로 약 17,000원)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최저시급이다. 한국의 선배 워홀러들이 호주 워홀 2년 동안 억대의 돈을 벌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비결이 바로 호주의 높은 최저시급이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돈을 꽤 많이 벌 수 있고 직업 간의  임금격차가 적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풀타임 일하는 경우 평균 5만 불(4,100만 원) 정도 벌고 수의사로 일할 경우 평균 7만 불(한화 5,700만 원)정도를 벌 수 있다. 바리스타가 대학 진학이 불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별로 큰 임금 격차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호주는 기술자들이 돈을 정말 많이 벌 수 있는 곳이라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호주의 대학 진학률은 20%로 한국의 70%와 크게 비교된다. 이런 차이는 한국인이 성향적으로 특별히 교육열이 높아서라기 보다는 한국은 대학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호주에 비해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경쟁적인 상황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한국 워홀러들이 호주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비단 좋은 날씨 때문만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일이나 해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어서 만족감을 쉽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직업 간의 임금 격차가 합리적일 때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4주 동안 어학원에서 커피 만들기와 고객 응대를 배운 후에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섰다. 어학원에서 마지막 주에 이력서 만드는 법과 인터뷰하는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어학원에서 마지막 주를 포함해서 3주 동안 구직활동을 했다. 워홀 선배들이 알려준 방법을 철저히 따라 했다. 일단 검트리로 이력서를 제출하고 더 나은 방법은 이력서를 프린트해서 직접 찾아가서 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영어실력에 자신 없으면 그것은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한국에서 알바천국을 통해서 이력서를 보내듯 호주에서는 검트리를 통해서 이력서를 보내는데, 이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호주에 워홀을 간 워홀러라면 누구나 오지잡(호주 사람이 운영하는 업소)을 꿈꾼다. 돈도 벌면서 영어 실력도 상승시키는 아름다운 그림을 상상하지 않는 워홀러는 없을 것이다(물론 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나는 3주 동안 검트리를 통해서 200장 정도의 이력서를 제출했고 100장 정도 직접 찾아가서 제출했다. 나는 무조건 카페에서 일하고 싶어서 카페에만 이력서를 제출했다. 구직활동을 한지 약 2주가 되었을 때, 나는 스스로 오지잡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문제는 역시 영어였다. 물론 호주에서 일한 경력이 없어서 면접 기회조차 거의 오지 않았지만 그나마 몇 번 들어온 면접도 언어 장벽에 막히고 말았다. 면접에서 겨우 대답을 다 마무리하고 "너 임금 택스로 받을래?, 현금으로 받을래?"를 못 알아들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금의 나라면 오지잡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당시를 돌아보면 절때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직접 찾아가면서 모든 창피함을 무릅쓰고 돌렸던 이력서 작업은 그저 담력 훈련이었던 셈이다(무식하면 용감하다).


  어쨌든 이대로 카페 구직을 포기할 수 없어서 호주나라에 들어가서 한인 카페에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 워홀러가 시드니에서 영어를 못해도 일을 할 수 비결은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라스필드 같은 한인 거리가 아니고서는 한인 카페도 대부분 고객은 호주인이기 때문에 영어 능력이 필수적이다(한인 식당은 못해도 괜찮다).  그렇게 한인 카페에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더니 한 곳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채스우드에 위치한 카페에 갔더니 홀에 호주 여자애 두 명이 서있다. "I am here to interview"(나 여기 면접 보러 왔어)라고 말하니 여자 사장님을 불러준다. 한국어로 면접을 보니 날아갈 듯 좋았다. 카페는 제법 규모가 컸고 총 7~8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다. 정말 운 좋게도 여자 사장님이 나를 좋게 봐주셔서 그 자리에서 채용을 해주셨다(나중에 들어보니 외모가 카페랑 어울릴 것 같아서 뽑았다고 말씀해주셨다). 보통 호주에서는 채용 전에 트라이얼(하루정도 같이 일해 본다)을 한 후에 채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나는 무경력자여서 미검증된 일꾼이었는데 정말 운이 정말 좋았다(인생은 운칠기삼이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호주도 첫 직업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경력을 한 번 쌓고 나면 그다음 직업 구하는 것은 처음보다 훨씬 쉽다. 그렇게 구직활동 3주 만에 겨우 취직을 하는데 성공을 했다. 처음에 목표로 했던 오지잡은 아니었지만 카페에서 일할 수 있고 여 사장님의 남편과 종업원 둘은 호주인이었기 때문에 영어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퍽 만족스러웠다. 여자 친구도 내가 구직을 했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고 축하해주었다. 한국에서도 카페에서 일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호주에서 기회를 얻어서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알바나 하던 샌님이 호주 카페 일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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