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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S Apr 14. 2021

나의 호주 시드니 워홀 이야기 8

시드니 장거리 여행

  시드니는 서울처럼 대중교통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 동네마다 버스 노선이 촘촘하고 배차 간격이 길지 않으며 기차 노선도 마찬가지로 폭넓게 잘 깔려있다. 비록 대중교통요금은 한국에 비해서 2배 정도 비싸지만 몇 가지 환상적으로 좋은 점이 있다. 첫째는 시드니와 그 외 광역도시(서울로 치면 고양시, 하남시 같은 위성도시)가 기차로 잘 연결돼있다. 둘째는 일요일에는 아무리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15불 이상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왕복 2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여행은 일요일에 떠나곤 했다(가끔씩 많은 사람을 피하고 싶을 때는 평일에 가기도 했다).




  나는 거의 매주 일요일에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는 적어도 이주에 한 번은 장거리 여행을 떠날 것을 원했다.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해서 흔쾌히 수긍했다. 시드니에서 2~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유명한 여행지로는 블루마운틴, 울릉공, 팜비치 그리고 뉴캐슬 등이 있다. 하루는 여자 친구와 함께 뉴캐슬로 떠났다. Central station(중앙역)에서 아침 9시에 만나서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면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지만 많은 역을 들렸다가 가기 때문에 거의 편도로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가는 길이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특히 시드니만 위로 지나갈 때 그 대자연은 내가 어디서도 못 봤던 절경이었다. 마치 물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내 여자 친구는 잠이 많았다. 목 베개까지 들고 와서는 가는 길에 자겠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나는 자는 시오리를 옆에 두고 절경을 구경하고 기차 내에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놀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일본인 친구들이 의자를 돌려서 마주 보고 테이블 위에는 과자를 가득 쌓아둔 채로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왁자지껄하게 노는 그들이 좋아 보였다(일본인이 공공장소에서 조용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 무리 중에 한 여자애가 눈동자가 칠흑같이 검고 빛이 나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던 기억이 난다.


  뉴캐슬 역에 도착했다. 여느 호주의 시골 역처럼 관리자도 없는 간이역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해변으로 먼저 갔다. 뉴캐슬의 하이라이트는 3개의 해변이 한 길로 연결돼 있어서 쭉 걸어가면서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바다를 가로질러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 50m쯤 나있는 바 해변을 제외하고 이름은 까먹었지만, 우리가 걸었던 해변 산책로는 뚜렷하게 기억난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에 따스한 햇살 그리고 바람 한점 없는 완벽한 날씨였고 사람도 적당해서 우리는 기분 좋게 손 잡고 길을 거닐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연신 셔터를 눌렸고 덕분에 정말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세 번째 해변가를 지나가니 근처에 등대가 보인다. 별로 높지 않은 언덕에 위치한 새하얀 등대에 올라가 보았다. 등대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내부는 20평 남짓되는 좁은 공간에 이제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채 낡은 소파와 옷장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도 사진을 찍고 놀았다(필자의 프로필 사진도 여기서 찍었다). 우리는 등대 언덕에 있는 차량 카페에서 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홍차인데 사실 처음에는 빵 같은 건 줄 알고 주문했다)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내려왔다.


  그 후에 우리는 뉴캐슬 박물관으로 갔다. 가는 길에 뉴캐슬 시내를 가로질러 가는데 예쁜 성당이 있어서 들렀다. 내부에는 커다란 오르간이 있을 정도로 꽤 규모가 컸다. 성당을 나와서 박물관에 도착하니 커다란 닷 모양에 "뉴캐슬 박물관"이라고 쓰여있다. 해변가에 위치한 뉴캐슬은 인구 30만 명 정도가 사는 항구도시이자 시드니와 인접한 지리적 위치로 왕년에는 산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그 박물관은 그런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었다(입장료는 무료). 차량, 선박, 기차 그리고 석탄공장 등 왕년에 산업도시의 영광을 뽐내는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뉴캐슬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호주에서 매주 한 번씩은 여자 친구와 혹은 혼자서 장. 단거리 여행을 다녔는데, 이 여행이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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